선물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추락한 꽃의 위상

머니투데이 세종=정혁수 기자 2017.01.05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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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 청탁금지법 시행이후 전년동기대비 절화류 -10%, 난류 -18%, 관엽 -12% 거래감소

선물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추락한 꽃의 위상


지난 해 청탁금지법 시행이후 화훼시장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법 시행전 선물 상한선 5만원 규제에 묶여 농가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현실은 더 가혹했다.

4일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해 9월 청탁금지법 시행이후 국화, 장미, 백합 등 절화류와 난류, 관엽류 등 대부분의 화훼거래가 큰 폭으로 줄어들며 시장이 경직현상을 보이고 있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전만 해도 화훼시장은 전년도 기류를 이어가며 나름 상승세를 유지했다. 2015년도 1~9월까지 거래액은 절화류 423억원, 분화류(난, 관엽) 37억원 등 81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2016년 같은 기간 실적을 보면 절화류 43억원, 분화류 394억원 등 모두 837억원을 기록, 비교적 거래가 활발했다.

하지만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이같은 추세는 끊겼다. 선물 상한가 5만원에 발목을 잡히면서 주는 사람이나, 받는 이 모두에게 꽃선물은 부담스러운 항목이 됐다. 또 기업체, 요식업계 등 꽃을 소비하는 각 주체들에게 꽃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로 남았다. 경기침체도 이같은 분위기에 일조했다.



실제 지난 해 10월~12월까지 거래액은 237억9600만원을 기록했지만 이는 전년도인 2015년 같은 기간 246억3000만원에 비해 약 10억원 가량 줄어든 수치였다.

절화류는 -10%, 난류는 -18%, 관엽류는 -12% 각각 감소했다. 거래액 역시 난류 -21%, 관엽류 -8% 줄어 들었다. 절화류는 거래물량이 감소했지만 여름 이상고온 현상이 계속되면서 공급물량 부족으로 오히려 거래액은 9% 증가했다.

그동안 사회적 상규의 상징적 도구로 여겨진 '꽃'이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면서 관련 업종 종사자들의 부침도 심하다. 소비가 움추려들면서 골목 꽃집들의 경영난이 심해지고, 소규모 꽃집의 폐업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한 꽃집 관계자는 "승진인사가 나면 과거에는 최소 10만원짜리 난이 선물로 인기를 끌었는 데, 지금은 청탁금지법에 저촉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난이나 꽃을 아예 찾지 않고 있다"며 "그렇다고 5만원짜리를 보내면 받는 사람들도 섭섭해 하는 경우가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 했다.

권영규 aT 절화부장은 "화훼 거래물량이 줄어들면서 관련 업계도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모습"이라며 "꽃의 생활화 등 국민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당분간 이러한 현상은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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