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 고통 덜어주는 닭…'울음'은 회개로의 초대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17.01.02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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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 상징적 의미 살핀 학술·종교계 시각

십이지 신장 닭 신(酉神) 미기라 대장(十二支神將 酉神 迷企羅 大將), 만봉(萬奉, 1910~2006) 작. 십이지 신장(神將)은 불교의 약사여래(藥師如來, 중생의 질병을 고쳐주는 부처)를 모시는 열둘의 장수로, 그 중의 세 번째인 미기라 대장(迷企羅, 범어 Mihira)은 닭의 모습이다. /사진제공=국립민속박물관 <br>
 십이지 신장 닭 신(酉神) 미기라 대장(十二支神將 酉神 迷企羅 大將), 만봉(萬奉, 1910~2006) 작. 십이지 신장(神將)은 불교의 약사여래(藥師如來, 중생의 질병을 고쳐주는 부처)를 모시는 열둘의 장수로, 그 중의 세 번째인 미기라 대장(迷企羅, 범어 Mihira)은 닭의 모습이다. /사진제공=국립민속박물관


“‘귀신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을 나누는 기준은 닭의 울음소리였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 관장이 학술 강연에서 발표한 ‘여명(黎明)과 축귀(逐鬼)의 계명성(鷄鳴聲)’에 포함된 내용이다. 선조들은 태양을 부르는 빛의 전령, 닭의 울음소리가 도깨비나 귀신으로 하여금 자취를 감추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천 관장은 “닭은 ‘주역’의 팔괘에서 손(巽)에 해당하는데, 손의 방위는 남동쪽으로 여명이 시작되는 곳”이라며 “닭은 새벽을 알려주는 신비한 영물로서 태양의 새”라고 설명했다. 무속 신화나 건국 신화에서 닭 울음소리는 임금의 탄생이나 천지개벽을 알리는 태초의 소리이기도 했다.



무속은 물론 불교, 서양에서 건너온 크리스트교에서도 닭은 독특한 상징적 의미로 받아들인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은 “불교에서 닭은 중생의 고통을 덜어주는 군다리보살의 화신이며 약사여래를 수호하는 12나한 가운데 진달라를 상징한다”며 “진달라는 부정과 불의로 인한 고난으로부터 일체중생을 구제하시는 호법신장”이라고 강조했다.



유일신 신앙인 크리스트교는 닭을 숭배하거나 제물로 바치는 행위와는 거리를 둔다. 하지만 닭의 울음은 크리스트교와도 묘한 인연을 맺는다. 닭 울음은 성경의 중대한 에피소드 가운데 하나다. 예수 그리스도의 열두 제자 가운데 한 명인 베드로가 예수를 부인하는 얘기에서 등장한다. 예수는 “닭이 울기 전에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고 예언했으며, 실제 예수를 부인한 베드로는 닭 울음을 듣고 예수의 말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린다.

김유정 유스티노 신부(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총무)는 “성경에는 베드로 사도가 예수를 아느냐는 질문에 ‘모른다’고 부인할 때 닭이 울었다는 구절이 있는데 닭의 울음은 회개로의 초대를 의미할 수 있다”며 “유럽의 성당 지붕에는 닭 모양 조각이 설치되는 경우가 많은데 하느님께서 주신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 닭이기 때문이란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닭이 새로운 새벽을 알리듯 잘못을 한 이들은 뉘우치고, 갈라진 마음은 한 데 뭉치는 새해가 되었으면 하는 희망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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