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 양상을 보면 '아시아'가 보인다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2016.12.31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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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도시학자 8인의 '아시아,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

젠트리피케이션 양상을 보면 '아시아'가 보인다


G2에서 G1으로 떠오를 날이 머지않아 보이는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가 격동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과 함께 미국의 대외정책이 변화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미·중 관계가 불투명해지는 등 지각변동이 예고되는 상황이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들과 사회·경제·지리·정치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때문에 아시아의 변화는 곧 우리의 변화이기도 하다. 그런데 과연 한국인들이 아시아를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새책 '아시아,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는 국제관계를 단순히 해외의 시각으로 보거나, 우리의 관점으로만 바라보던 기존의 책들과 달리 아시아 국가에 사는 도시학자 8명이 큰 그림에서 퍼즐 조각을 맞추듯 그려나간 지정학 책이다.

저자들은 아시아 국가들이 지리적으로, 정서적으로 가깝지만 서로의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한국인들만 봐도, '아시아'를 생각할 때 낙후된 곳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을 선진국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은 사람일수록, 이러한 인식 또한 크다.



그러나 저자들은 서울과 베이징·방콕·도쿄·타이베이·하노이·리수이·자카르타 등 아시아의 대도시들은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으며, 그 현상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하며 그 근거들을 차근차근 제시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중산층 이상 계층이 기존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이다.

올해와 지난해 서울 서촌, 홍대, 경리단길 등 예술인들이 성장시킨 문화 불모지를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점령하는 현상을 일컫는 단어로 이 표현이 사용되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은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알려졌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어떻게 아시아를 설명하는 하나의 개념이 될 수 있을까. 저자들은 아시아의 글로벌 도시들이 지구화와 탈식민지화를 동시에 겪고 있다며, 서양의 젠트리피케이션과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고 분석한다.


다양한 역사적 환경 속에서, 이제 막 움트기 시작한 아시아식 젠트리피케이션의 연구는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현상의 거대한 실험 무대가 된다. 유럽, 미국을 넘어 아시아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한 젠트리피케이션의 면면을 들여다보며 아시아 속에서의 한국의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 아시아,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기획. 신현준·이기웅 엮음. 푸른숲 펴냄. 430쪽./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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