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시민들이 21일 서울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추모 행진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폭력, 일상의 위협이라고 여겼다. 사건 피의자가 '조현증'(망상, 환청, 와해된 언어, 정서적 둔감 등의 증상과 함께 사회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는 정신과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게 원인이 아니라 여성을 혐오했던 남성이 불특정 여성을 대상으로 벌인 '여성혐오범죄'라는 분석이 확산됐다.
이 논쟁을 주도했던 것은 여성 측의 '메갈리아'(메갈)와 남성 측의 '일간베스트'(일베)였다. 메갈은 그간 일베가 꾸준히 여성을 비하하고 성적 대상으로만 여겼던 행태를 비판했다. 일베는 메갈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모든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는 것을 억울해 했다.
일베의 행동이 사회의 보편적 가치에서 벗어났던 만큼 메갈의 극단적 사례는 사회로부터 크게 환영받진 못했다. 그럼에도 여성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일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범죄, 성폭력 범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여성 CEO, 고위 관료, 남녀 임금 불평등으로 볼 수 있는 양성평등 지표 또한 개선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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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데이트 폭력의 경우 2012년 7584건이 발생한 이래 2013년 7237건, 2014년 6675건으로 감소했으나 2015년 7692건으로 다시 늘었다. 올해 2016년 7월 말까지 발생한 데이트범죄는 5172건이다. 경찰청이 지난 2월 발족한 '연인간 폭력 태스크포스(TF)' 활동현황 자료에 따르면 데이트범죄 피해자의 79.9%가 여성이었다.
지난해 한 영국 매체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 고등교육과 남녀 임금격차, 기업임원과 여성국회의원 비율 등을 점수로 매긴 '유리천장 지수'에서는 한국이 100점 만점에 25.6점에 그쳐 OECD 대상국 중 28위로 꼴찌를 차지했다.
반면 대졸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과 대졸자 이상 중 경제활동인구는 계속해서 늘고 있는 추세다. 결국 이번 사건을 그동안의 억압되면서 응축됐던 에너지의 폭발됐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이번 남혐·여혐 사건이 청년세대의 경제상황 악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두고 남녀가 대립하고 결혼을 두고 남녀가 대립하게 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표면상의 이유일 뿐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남녀 불평등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임운택 계명대학교 교수는 "지금의 현상은 사회가 바뀌고 시대가 요구하는 성역할이 바뀌고 있다"며 "여전히 전통적인 성역할을 기대하다가 좌절감을 느낌은 남성들이 여성을 하나의 '희생양'으로 삼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양성평등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이 부족하고 여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오랫동안 지속돼 왔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이번 남혐·여혐이 여성 권리 신장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왔다.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일가정 양립, 성폭력 문제 등 그동안 여성의 불평등이나 고충이 수면으로 드러나 공론화됐던 만큼 이번 성 갈등이 오히려 양성평등을 고민하게 해 준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