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우병우, 경찰 동원해 이석수 특감실 감찰 방해 의혹

머니투데이 윤준호 기자 2016.12.2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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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수 특별감찰관 감찰 착수하자 아파트 탐문한 특감실 직원 '표적수사' 지시 정황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왼쪽),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사진=이기범 기자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왼쪽),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사진=이기범 기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재직 당시 자신에 대한 감찰이 시작되자 경찰을 동원해 이를 방해한 정황이 포착됐다.

대통령 친인척·측근 비위를 조사하는 청와대 특별감찰관실(특감실) 직원의 정상적 탐문 활동을 마치 무단 사찰인양 꾸며 역(逆) 공세를 펼쳤다는 의혹이다.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 등을 수사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같은 내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지난 8월 우 전 수석 일가의 차량 무단조회 사건이 불거졌을 때 민정수석실이 특감실 소속 A경감을 별도로 지정해 수사토록 경찰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감실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지휘 아래 우 전 수석의 비위 의혹을 캐고 있었고 A경감은 우 전 수석 아파트에서 탐문활동을 벌였던 직원이다.



이 때문에 경찰 안팎에서는 정상적 감찰을 진행하던 A경감에게 불법 사찰 혐의를 씌우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A경감이 엮인 차량 조회 사건은 현재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한 일간지 기자와 서울 강남경찰서 김모 경위 등이 우 전 수석 아파트에 등록된 차량을 무단조회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는 당시 경찰청 감찰담당관실(감찰실)이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지수대)에 이 사건을 수사의뢰하면서 혐의자로 특감실 소속 A경감을 특정했다는 것이다.


문서 상으로는 기자와 기자를 도운 김 경위를 피의자로 적시했지만 감찰실 직원이 지수대에 찾아가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A경감의 불법행위 여부도 봐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경찰이 사건을 인지해 수사에 들어가게 된 경위도 석연찮다. 경찰청 감찰실은 수사의뢰 10여일 전 '우 수석 아파트에서 경찰관이 뺑소니 차량 조사 등 탐문 활동을 벌인다'는 첩보를 내부적으로 확보했다.

이후 해당 아파트에 직원들을 보내 우 전 수석 처가 쪽 운전기사로부터 'A경감이라는 사람이 차량을 무단조회하고 있으니 감찰해 달라'는 자필 조사요청서를 받았다.

그러나 표면상 첩보 형식일 뿐 민정수석실이 경찰 윗선을 움직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경찰 내부의 시선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A경감이 탐문 활동은 벌였지만 운전기사가 어떻게 이름까지 알고 콕 집어 조사요청을 할 수 있나.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정보 계통에서 일하는 다른 경찰 관계자는 "진짜 내부 첩보라면 밑에서부터 누군가 보고했다는 뜻인데 수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당 내용을 보고했다는 직원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며 우 전 수석 측에서 흘린 첩보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도 "만약 의심된다면 직접 A경감에게 물어보면 될 일인데 뒤를 캐고 굳이 수사까지 의뢰했다는 건 윗선 개입 없이는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결국 우 전 수석이 이 전 특별감찰관을 무단 사찰 논란으로 몰아가기 위해 차량 무단조회 사건을 이용했다는 의심이 든다. 정작 A경감은 탐문만 하고 차량조회는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특별감찰관법에서 위계·위력으로 특별감찰관의 직무수행을 방해한 사람은 5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실제 민정수석실이 특감실의 활동을 방해할 목적으로 경찰에 압력을 행사했는지, 우 전 수석이 직접 개입했는지 등은 수사로 밝혀질 전망이다.

박영수 특검팀에서 감찰 방해가 사실로 확인되면 우 전 수석의 형사처벌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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