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로, 주갤'… 커지는 누리꾼들의 영향력, 어디까지...

머니투데이 이건희 기자 2016.12.26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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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더이슈] 누리꾼들의 정보력, '디지털 집단지성'으로 확대

26일 오전 누리꾼 '자로'가 올린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 '세월X' 게시글. /사진=자로 페이스북 캡처26일 오전 누리꾼 '자로'가 올린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 '세월X' 게시글. /사진=자로 페이스북 캡처


'자로, 주갤'… 커지는 누리꾼들의 영향력, 어디까지...
'누리꾼 수사대'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이들이 공개하는 자료들로 인해 정치·사회 주요 사안의 양상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들에 대해 '디지털 민주주의'를 실현한다고 평하기도 한다.

누리꾼 '자로'는 지난 19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세월호 침몰 당시 진실이 담긴 다큐멘터리 '세월X'(SEWOL X)를 성탄절에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업로드 도중 문제가 생겨 영상은 26일 오전에야 공개됐다.



자로가 다큐를 올리겠다고 선언한 뒤부터 다큐가 공개된 지금까지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의 상위권에는 '세월X'가 머물렀다.

앞서 지난 25일 밤 방송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자로의 인터뷰를 담으면서 평소 5%대의 시청률보다 훨씬 높은 9.177%(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 닐슨코리아 조사)의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누리꾼들이 벌이는 '수사' 활동에 대중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이들의 영향력도 점차 커지고 있다. 세월호 침몰의 진실을 밝히겠다는 자로를 비롯해 최근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제보를 쏟아낸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주식갤러리 사용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지난 25일 방송된 자로의 인터뷰 모습. /사진=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방송화면 캡처지난 25일 방송된 자로의 인터뷰 모습. /사진=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방송화면 캡처
◇업로드 과정, 신변 모든 게 화제인 '자로'…'세월X'로 대한민국 흔들까

자로는 2012년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혐의 증거를 제공하면서 유명세를 탄 누리꾼이다. 그는 국정원 직원들이 트위터 계정과 포털사이트 아이디로 여론 조작한 정황을 포착해 폭로했다. 2014년 6월에는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내정자가 자신의 SNS에 정치 편향적인 글을 올린 것을 공개하기도 해 그를 낙마시키기도 했다.


자로는 지난 19일 '세월X' 공개를 예고하는 게시물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에 수천명이 넘는 누리꾼들이 '좋아요'를 누르며 반응했다. 당시 자로는 25일 오후 4시16분에 런닝타임 8시간49분에 달하는 다큐를 올리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업로드 도중 문제가 생겨 지체되자 자로는 26일 새벽 SNS를 통해 "죄송하다"며 "앞서 올린 영상의 화질이 문제가 생겨 기다리는 동시에 새로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다수의 누리꾼들은 댓글을 통해 "응원한다"며 자로를 격려했다. 영상을 쉽게 올리는 방법을 공유하는 이들도 있었다.

'세월X'는 26일 오전 11시쯤 공개됐다. 자로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블로그에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 죄송하다"며 "세월호는 물속에 잠겨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편견 속에 잠겨있다"고 밝혔다. 영상은 공개된 지 6시간 만에 조회수 100만을 돌파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주식갤러리는 일부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사진=JTBC '정치부 회의' 방송화면 캡처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주식갤러리는 일부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사진=JTBC '정치부 회의' 방송화면 캡처
◇청문회 흐름 바꾼 '주식갤러리'…청문회 참여 의원들이 적극 활용해

'주식갤러리' 사용자들인 '주갤러'들의 정보력은 '최순실 게이트' 국조특위 청문회의 판도를 바꾸기도 했다. 지난 7일 2차 청문회에서 주갤러들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최순실을 모른다"는 발언을 번복하게 하는 증거를 찾아내 주목을 받았다.

당시 주갤러들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김 전 실장이 최순실씨의 재산 취득과정을 조사한 자료를 살펴보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제보했다. 영상이 공개되자 김 전 실장은 몸을 들썩이는 등 심적 변화를 보이며 증언을 번복했다.

주식갤러리 사용자가 공개한 제보 화면. /사진=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 화면 캡처주식갤러리 사용자가 공개한 제보 화면. /사진=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 화면 캡처
이밖에도 주갤러들은 과거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과 최순실씨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가 함께 식사자리를 갖는 사진을 제보했다. 이에 박영선 의원이 지난 22일 열린 5차 청문회 도중 해당 사진을 공개하며 이완영 의원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이 찾아낸 정보에는 확인되지 않은 것도 있었다. 주갤러들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아들이 최순실씨가 운영한 유치원에 다녔다"고 주장하며 최씨의 사진과 2000년에 촬영된 초이유치원 졸업기념 사진을 올렸다.

게시글은 5차 청문회 내내 "최순실을 모른다"던 우 전 수석의 발언에 의문을 갖게 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 전 수석에게 "아들이 어느 유치원을 다녔나"는 질문을 했으나 우 전 수석이 “아란유치원을 다녔다”고 답하면서 의혹은 일단락됐다.

◇누리꾼들 정보력 '집단지성'으로 확대…정부, 언론 등의 노력이 선제돼야 한다는 지적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은 자로와 주식갤러리의 활동을 두고 '디지털 민주주의'라는 단어로 평했다.

정 전 의원은 25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청문회에서 디지털 민주주의를 실감했다"며 "SNS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로님에 대한 관심이 이토록 큰 것만으로도 응원의 박수를 친다"며 "한 누리꾼에게 이렇게 국민적 관심이 많았던 적은 없었다"고 언급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디지털 민주주의는 전자투표 등의 방식을 이용해 민주주의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번 사례는 '디지털 집단지성'이라고도 볼 수 있다"며 "개인이 정보를 습득하는 걸 넘어 가공하고 확산하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최근의 상황을 분석했다.

다만 임 교수는 "누리꾼들의 진실 규명 노력이 정부와 언론 등 공적인 차원에서 이뤄졌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점이 안타깝다"며 "누리꾼들이 나서기 전에 공적 자원들의 신뢰가 회복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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