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주연 박정민(왼쪽)과 문근영/ 사진제공=샘컴퍼니
두 배우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연극보단 청춘드라마 한 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하다. 힘을 빼고 툭툭 던지는 듯한 박정민의 연기는 자연스럽다. 희극적인 요소를 더한 대사도 너무 '오버'스럽지않게 소화하는 것이 강점. 친구 머큐쇼, 벤볼리오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1막은 쉴새 없이 웃음이 터져 나오는데 박정민은 그 가운데에서 중심을 잘 잡고 극을 이끈다.
연극은 평이 극과 극으로 나뉜다. 원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린 사람이라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전체적인 줄거리와 배경만 원작을 차용 했을 뿐 각 캐릭터는 현대적으로 재창작한 것에 가깝기 때문. 유쾌함을 더한 대신 애틋하고 비극적인 사랑의 느낌은 덜하다. 배해선, 서이숙이 맡은 유모와 손병호가 맡은 로렌스 신부는 극의 시작과 끝에서 해설자 역할도 병행한다.
박정민-문근영 두 배우는 사랑에 빠진 10대 연인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해낸다. /사진제공=샘컴퍼니
로미오의 친구인 머큐쇼와 밴볼리오는 능청스러운 '찰떡' 궁합을 보여주며 극의 활력소 역할을 하지만 그 비중이 과한 편이다. 극의 진행 자체를 방해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에 반해 다른 조연인 티볼트와 패리스의 존재감은 거의 없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원작 '소네트' 형식을 살린 대사다. 전반적인 연출이나 연기가 모두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상황에서 중간중간 불쑥 튀어나오는 소네트 형식의 대사는 오히려 전체 극의 분위기에 이질감을 더할 뿐이다. 사랑에 빠진 로미오를 "말린 과메기 같다"는 비유를 차용하다가 갑자기 "분노여 광기의 불길로 날 인도하라"란 대사가 나오는 식이다. 양정웅 연출은 일부러 "원작의 대사를 살리겠다"고 밝혔지만 차라리 소네트 형식의 대사를 과감히 버렸으면 '양정웅표' 개성이 살아있는 독특한 연극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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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의 극치를 추구한 현대적인 무대가 훌륭하다. 흰 벽과 바닥에 투명한 구조물만 있을 뿐이다. 전투 장면에서도, 로미오가 추방당하기 전 줄리엣과 보내는 마지막 밤에도 이 구조물을 십분 활용한다. 여기에 화려하고 아름다운 조명으로 무대를 채워 돋보인다.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내년 1월 15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올린 뒤 군포, 대전, 대구에서 2월까지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