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해외건설 지부 절반 폐쇄 수순…"정책 엇박자"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2016.12.22 05:01
글자크기

2017년 예산 반토막, 정부 2년도 안돼 말 바꿔

[단독]해외건설 지부 절반 폐쇄 수순…"정책 엇박자"


국내 중소·중견 건설업체들의 해외 진출에 가교역할을 해온 해외 기관의 절반이 문을 닫을 전망이다. 정부는 해외 진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수주를 독려하면서 관련 예산은 줄이고 있어 정책의 엇박자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건설업계와 국토교통부(국토부)에 따르면 산하 해외건설협회 해외지부(해건헙 해외지부) 6곳 중 절반인 3곳이 폐지되는 방안이 잠정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도 관련 예산이 올해의 절반으로 삭감된 것에 따른 조치다.



해건협 해외지부는 2010년부터 해외 건설 정보네트워크사업의 일환으로 운영돼 왔다. 국내 건설업체 중에서도 정보와 네트워크 부족으로 해외 진출이 쉽지 않은 중소·중견기업들 위한 거점 역할을 해왔다. 예산 10억원으로 출발했으나 해외 건설 수주 장려를 위해 2014년에는 21억6000만원까지 예산을 확대했다.

기획재정부(기재부)는 2013년 8월 '해외건설·플랜트 수주 선진화 방안'의 하나로 중소·중견기업의 해외수주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해외진출 거점 확대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인도 △멕시코 △페루 △아랍에미리트(UAE) △리비아 △카자흐스탄 외에도 해건협 해외지부를 더 늘리고 프로젝트 정보분석 제공 등 전방위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불과 2년도 안 돼 기획재정부는 관련 예산을 줄여나갔다. 2015년 6억원을 줄이면서 그 해 멕시코 지부가 폐쇄됐다. 내년에는 올해 예산(15억4000만원)의 절반인 7억7000만원으로 대폭 낮췄다. 출범 당시 예산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재부의 예산 심사 과정에서 예산이 절반으로 깎였다"면서도 그 배경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답을 내놓지 못했다. 정부 내에서도 기재부와 국토부 간에 시각차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예산이 반토막 나면서 내년부터 6개의 지부 운영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국토부는 예산 삭감에 따른 해외 지부 운영에 대한 최종 방안을 다음 주까지 내놓을 계획이다. 거점 지역 절반 정도만 남기고 모두 문을 닫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점 폐쇄 대상 지역 등은 아직 최종 결정을 못했다"며 "삭감된 예산 내에서 기존의 역할을 해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해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지부 운영 대신 현지 정보원 활용 방안 등을 고민 중이지만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업계 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해외 지부들은 현지 진출을 원하는 국내 중소·중견 업체 뿐 아니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건설공제조합, 서울보증보험 등 유관 기관들도 각국의 지부를 활용해 국내 업체들 지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부가 폐쇄되면 구심적 역할을 하는 곳이 사라지게 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수출을 단기적으로 지원하는 코트라가 있지만 해외건설은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현지 사정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면서 공을 들여야 해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해외시장 진출을 독려하면서 정작 관련 예산은 대폭 줄여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