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뜻이지? 아이와 함께 책을 읽던 중 나온 주인공 여자아이의 독백. 갸우뚱도 잠시. 3초 만에 의문은 감탄이 됐습니다. '이런 표현도 가능하구나.' 작가의 센스에 무릎을 탁 칩니다. 대부분 아이들은 주사, 파, 콩, 시금치를 싫어하니 분명 아이에게 오늘은 그닥 기분 좋은 날이 아닐 겁니다.
'공주의 방 & 왕자의 성'에는 그밖에도 '큰 소리가 작은 소리를 먹는다'는 등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기발한 표현들이 눈에 띕니다. 또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이야기의 주된 줄거리인 '벌레'가 무엇인지 유추해나가는 과정도 재미있습니다.
화들짝 잠에서 깨 엉엉 우는 소리를 듣고 달려온 엄마는 "괜찮아"라며 토닥여줍니다. 엄마 품에서 스르륵 다시 잠이 든 아이는 엄마에게 혼나고 있는 벌레를 봅니다. "누나를 아프게 하면 어떡하니? 또 그러면 맴매할 줄 알아!" (아하! 벌레가 동생이었구나.)
그런데 아이는 왜 동생을 벌레에 비유했을까요? 엄마가 사다준 벌레 캐릭터 옷을 입고 기어다니는 모습은 누가 봐도 벌레 같습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동생이란 존재가 그저 자기를 괴롭히고 귀찮게 하는 대상이어서가 아닐까요? 장난감도 양보해야 하고, 뭐든지 나눠야 하며, 무엇보다 엄마아빠의 사랑을 빼앗아 가니까요. 하지만 아이는 왕자님과의 결혼식에 동생을 초대하고 가족의 일원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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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우리 아이들에게 공주와 왕자, 괴물과 벌레가 나와 펼쳐지는 현실과 환상의 이야기는 또다른 상상의 자극제가 되어줄 것입니다.
◇'공주의 방 & 왕자의 성'=이도윤 지음. 도도원 펴냄. 40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