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지수 2만선 코앞…'강세론자' 시겔 "내가 뭐랬어"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6.12.1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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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매수·보유 '주식'이 최선의 자산…'트럼프 랠리' 지속될 것

제레미 시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사진=블룸버그제레미 시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사진=블룸버그


제레미 시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월가에서 대표적인 증시 낙관론자로 꼽힌다. 그는 1994년에 낸 '주식에 장기투자하라'(Stocks for the Long Run)라는 저서에서 주식시장의 장기적인 강세장을 예고하며 단기적인 변동성을 극복하고 주식을 장기적으로 매수·보유하는 게 최선의 투자전략이라고 주장했다.

시겔이 이 책을 처음 냈을 때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3000선에 불과했다. 닷컴버블(거품)이 한창이던 1999년 사상 처음으로 1만 선을 돌파했지만 닷컴버블 붕괴, 글로벌 금융위기로 두 차례 1만 선을 내줬지만 최근 다시 강세 행진하며 2만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9일 지수는 1만9756.85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월가에선 연내에 2만 선을 꿰뚫을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다우지수가 2만 선에 근접하면서 시겔 교수가 '내가 뭐랬어'라고 말할 순간을 맞게 됐다고 보도했다.

시겔 교수는 이 신문과의 회견에서 22년 전 '주식에 장기투자하라'라는 책에서 한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평탄치 않겠지만 주식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최선의 자산으로 올해 다른 어떤 주요 자산보다 확실히 훨씬 더 나은 성적을 냈다"고 말했다.



다우지수는 올해 13.38% 올랐다. 같은 기간 10년 만기 미국 국채와 금 선물은 각각 8.73%, 10.5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시겔이 '주식에 장기투자하라'에서 지난 200년간의 시장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주식의 수익률이 돋보였다. 주식은 연간 총수익률(인플레이션 반영)이 6.7%였지만 미국 국채는 3.6%, 금은 0.6%에 불과했다.

다우지수는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한 미국 대선(11월8일) 이후 올해 상승분의 절반가량을 거둬들였다. S&P500지수, 나스닥 등 뉴욕증시의 다른 대표지수도 미국 대선 이후 강세가 두드러졌다. 트럼프의 재정부양, 규제 완화 기대감이 호재가 되면서 특히 금융주의 강세를 부추겼다.


시겔은 강세장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그는 "지금 당장은 '골디락스' 같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골디락스는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상태를 의미한다. 시겔은 지금 같은 상황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다음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내년에 몇 번 더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을 만큼 성장세가 강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뉴욕증시가 이미 사상 최고 수준에 있고 앞으로 기준금리가 올라 부담이 크겠지만 트럼프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정권의 호의적인 법인세제와 규제완화 움직임이 증시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겔 교수는 다만 경제 전반에 증시에 부담을 줄 요인도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그는 중앙은행들이 여전히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배경인 취약한 경제를 꼽았다. 특히 충격적인 생산성 붕괴에 따른 저성장이 걱정이라고 했다.

시겔은 이런 우려와 증시의 단기적인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주식만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자산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난 수년 동안은 물론 지금 현재도 증시에는 거품이 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시겔은 S&P500지수와 다우지수의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PER(주가수익비율)이 1년 새 23배에서 24배, 17배에서 21배로 높아졌지만 버블 영역과는 거리가 멀다고 했다. 닷컴버블 때는 S&P500지수의 PER이 30배쯤 됐고 당시 금리는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월가에선 증시 경계론이 만만치 않다. 이언 린젠 BMO캐피털마켓 투자전략가는 "증시에 트럼포노믹스(트럼프의 경제정책)에 대한 낙관론이 반영돼 있다"며 트럼프의 정책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측면에서 시장에서 트럼포노믹스의 가치를 매기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시겔은 수동적인 투자를 강조한다. 종목을 적극적으로 선별하기보다 시장 대표 지수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그는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자신은 인덱스펀드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3개의 펀드만으로도 전 세계에 두루 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겔은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린다면 일본이나 신흥국 증시를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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