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되 취하긴 이르다, 이제 시작"이라는 촛불

머니투데이 김민중 기자 2016.12.11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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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광화문, 폭죽·공짜음식·즉흥무대 나와 … "탄핵 확정해야" "사회구조 바꿔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튿날인 10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주민센터앞에서 한 시민이 폭죽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튿날인 10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주민센터앞에서 한 시민이 폭죽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폭죽이 하늘을 수놓았다. 공짜 음식이 광장에 나왔고 시민들은 이전보다 여유롭고 밝은 표정으로 촛불을 들었다.

한쪽에서는 간이 무대를 세우고 반주와 노래를 즐겼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광화문 광장에서는 축제가 연출됐다.

탄핵안 가결을 자축했지만 '아직 축배는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탄핵을 확정하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때까지 촛불을 끌 수 없다는 얘기다.



10일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연 7차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지난 집회 때보다는 한결 여유로웠다.

전날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축하하는 분위기였다. 서부지역노점상연합회 소속 노점상들은 탄핵안 가결 기념으로 떡볶이 무료나눔 행사를 열었다. 청와대 인근에 모인 일부 시민은 "우리가 승리했다"고 외치거나 폭죽을 터뜨렸다.



광화문 한편에는 적재함을 무대로 개조한 1톤 트럭이 등장해 길 가던 시민들의 즉흥 노래가 이어졌다.

가수 권진원씨와 이은미씨는 본 집회 무대에 올라 축하 인사를 했다. 이은미는 "어제 시민혁명이 첫발을 내딛었다"며 "기적적인 일을 해낸 시민 여러분 고생하셨다"고 외쳤다. 주최 측은 1분가량 연이어 대형폭죽을 쏴 올렸다. 지난 집회까지 볼 수 없던 광경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날인 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박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7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날인 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박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7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축제 분위기는 더했지만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수그러들지는 않았다.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발언이 곳곳에서 나왔다.


신경석씨(56)는 "사태 발생 이후 아직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며 "박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물러날 때까지 계속 촛불을 들 것"이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교사 남모씨(42)는 "탄핵 전에 자진사퇴해야 한다"며 "부역한 사람들도 다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 발언에 항의하며 타올랐던 횃불도 다시 등장했다. 자원봉사 단체 '광화문 노란리본공작소'는 이날 횃불 15개를 들었다. 단체 관계자는 "여전히 박 대통령은 청와대 안에 있어 사실상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다"며 "대통령 퇴진, 나아가 이런 문제를 낳게 한 사회구조가 개혁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우지수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박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날 때까지 광장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 공부하다가 잠시 귀국했다는 윤모씨는 "박 대통령이 퇴진하는 모습을 볼 때까지 계속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정강자 퇴진행동 공동대표(참여연대 대표)도 "많은 사람들이 아직 축배를 들긴 이르다고 말한다"며 "이제 시작"이라고 소리쳤다.

이전보다 더 거센 표현도 나왔다. 지난 집회에서는 경찰버스에 평화를 상징하는 꽃 스티커를 붙이고 자발적으로 떼는 모습을 연출했지만 이번에는 박 대통령이 감옥에 갇힌 그림 모양의 스티커를 붙였다. 꽃 스티커 대신 '의경 시위동원 위헌'이나 '주차위반' 글씨가 적힌 스티커 등도 붙었다. 스티커를 붙이려는 시민과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9일 국회는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재적 의원 300명 중 299명이 투표했으며 가결에 필요한 200명을 훌쩍 넘는 234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탄핵안을 넘겨받은 헌법재판소는 최장 180일 동안 심판하고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이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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