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력 믿어달라"는 유일호 경제팀…통화정책까지 언급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세종=정혜윤 기자 2016.12.09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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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관계장관회의 소집…비상체제 전환, 정책기조 유지, 대외신인도 관리 등 강조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 후 유일호 경제팀이 내놓은 첫 번째 공식 메시지는 "우리 경제의 저력을 믿어달라"는 것이다. 위기를 극복해왔던 우리 경제의 경험과 역량을 믿어달라는 내용이다.

이는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 후 이헌재 당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내놓은 메시지와 동일하다. 일종의 시장 안정 메시지다. 하지만 12년 전보다 나빠진 경제상황과 경제팀의 리더십 문제는 탄핵 정국에서 우리 경제의 위협 요인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저녁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한국경제는 그동안 수많은 위기와 도전에 직면했지만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도약해 온 경험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도 우리 경제의 저력을 믿고 일상적인 경제활동을 영위해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비교적 기민하게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소집했다. 2004년 탄핵 정국에서는 국회 가결 다음날 회의가 소집됐다. 하지만 유 부총리는 국회 가결 직후 열린 긴급간부회의에서 "저녁 늦게라도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해 경제문제를 챙길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유 부총리는 회의에서 크게 3가지를 언급했다. △경제팀의 비상체제 전환 △정책기조의 유지 △대외신인도 관리 등이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관계부처 합동 비상경제대응반이 가동된다. 비상경제대응반 회의는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이 주재한다. 첫 번째 회의는 10일 오전으로 예정됐다. 정부는 이를 통해 국내외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동향을 24시간 모니터링한다.

정책기조와 관련해선 기존의 입장을 강조하는 수준이다. 가계부채와 한계기업 등 잠재 위험요인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 여기에 신산업 육성과 4대 구조개혁 등 기존 정부 정책의 연속성을 강조했다.


다만 "재정 및 통화정책 여력을 바탕으로 경기 하방요인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힌 부분은 여러 해석을 낳을 수 있다.

확장적 재정정책과 완화적 통화정책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몫인 통화정책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도 이례적이다. 물론 현재로서는 원론적인 입장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7일 경제전망에서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확장적 재정정책과 기준금리 인하 등의 정책방향을 제안하기도 했다.

대외신인도 관리 차원에서는 글로벌 신용평가사와 해외 투자자에 대한 서신 발송이 이뤄졌다. 기재부 실무자들은 글로벌 신용평가사 담당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현재의 상황과 대응방향을 설명했다.

유 부총리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의결돼 국무위원의 한사람으로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경제 관련 각 부처도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긴장감과 경각심을 갖고 혼연일체가 돼 정책 공백이나 흔들림이 없도록 총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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