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판도라' 상자속 원전 공포

머니투데이 세종=유영호 기자 2016.12.09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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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판도라' 상자속 원전 공포


#규모 6.1의 지진이 발생한다. 그 여파로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1호기에 균열이 일고 원자로 냉각밸브에 이상이 생긴다. 원자로 온도가 계속 올라가고 원전이 폭발한다. 나라 전체가 방사능 누출 공포로 혼란에 빠진다.

7일 개봉한 영화 ‘판도라’의 줄거리다. 영화를 보고 나온 한 중년여성은 “4대강 사업이나 최순실한테 간 돈을 원전안전에 투자했어야 한다”며 분개했다.



그러나 영화 내용은 ‘픽션’이다. 먼저 국내 원전은 규모 6.5의 지진에 버티도록 설계됐다. 최근에는 규모 7.0(0.3G)도 견딜 수 있게 보강작업을 하고 있다.

또 냉각계통은 기본 냉각밸브에 이상이 생기면 비상물탱크가 곧바로 가동된다. 그래도 원자로 온도가 안 떨어지면 단기→장기→직접노심 냉각수가 순차적으로 들어간다.



냉각이 안 되도 폭발은 없다. 핵연료봉의 우라늄 비율 5% 정도로는 폭발하지 않고 녹을 뿐이다. 녹은 연료봉은 압력용기 안에, 압력용기 이상이 있을 경우 비상용 외부 콘트리트 용기 안에 고인다.

원전이 폭발한다면 그건 수소 때문인데, 원자로 온도가 1600도가 되면 냉각수가 수소와 산소로 분해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사례가 이 경우다. 그러나 우리 원전엔 수소폭발을 막기 위해 수소 재결합기와 제거기가 있다. 비전원식으로 수소가 생기자마자 바로 작동한다. 비상살수보조계통도 원자로 내부 압력을 낮춰 폭발을 미리 막는다.

만약 수소가 폭발해도 외부로 여파가 미치지 않는다. 후쿠시마 원전이 두께 10㎝ 판넬 구조였던 것과 달리 원자로 건물 전체를 철판, 콘크리트, 강선다발 등을 활용해 두께 120㎝로 지어 폭발로 부서지지는 않는다.


공포는 무지에서 비롯한다. 하지만 원전공포를 국민의 무지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우리나라 25기의 원전이 운영되는데 원전 밀집도, 원전 주변 인구 밀집도 모두 세계 1위다. 운영권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부품 납품 비리·시험성적서 조작 등으로 신뢰를 잃기도 했다. 이러니 국민의 불안과 공포는 당연하다.

정부와 한수원이 안전 검사 항목을 몇십 개 더 늘린다고 이 공포는 사라지지 않는다. 원전 운영과 설비 현황의 정보가 투명한 공개가 공포를 씻을 수 있는 유일한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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