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업적이 된 쪽지예산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2016.12.06 08:21
글자크기
3일 오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에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이번 예산안에 중랑천 하천공원 조성사업 예산 10억원이 편성됐는데, 이 과정에서 잘못된 사실이 알려졌다는 게 통화내용의 골자다. 통화가 끝난 후 다소 의아했다.

통상 예산안이 확정된 후 선심성 지역구 예산을 비판하는 보도가 잇따른다. 실세 의원들이 자신들의 지역구 예산을 나눠먹기한다는 내용이다. 추 대표도 같은 범주에 묶였다. 추 대표가 자신의 지역구에 속한 중랑천 사업 예산을 따냈다는 것.



하지만 중랑천 하천공원 조성사업은 추 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을과 상관없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갑 관할이다. 추 대표 측에서 "중랑천은 저희 대표님 지역구가 아니다"며 전화를 걸어온 이유다.

여기까지만 보면 지극히 상식적이다. 하지만 정치적인 맥락에선 상식적이지 않은 게 사실이다. 지역구 의원들은 예산 시즌에 지역구 예산이 증액되면 이를 업적으로 평가한다. '쪽지예산'에 대한 비판적 보도에 자신들의 이름이 포함돼 있어도 좋아한다고 한다.



국민적인 비판여론을 생각하면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지역구 의원들에겐 무엇보다 지역주민들의 표심이 더 중요하다. 기자들 사이에선 "쪽지예산 기사를 쓰면 거론된 의원들만 좋은 일 시킨다"는 자조적 반응까지 나온다.

추 대표 측의 '해명'이 의아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관계가 달라도 가만 있으면 자신의 업적으로 포장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달랐을지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최대 야당의 대표로서 가진 부담감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 같은 비정상적 예산 편성에 정부도 한 몫 했다. 예산권을 쥔 기획재정부는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올해보다 1조9000억원 줄여 편성했다. 올해 예산 역시 정부안에서는 SOC 예산이 전년대비 1조5000억원 적었다. 의도적인 과소편성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지역구 의원들이 가장 탐을 내는 SOC 예산은 국회 논의과정에서 증액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올해 국회에서 증액된 SOC 예산은 4000억원이다. 작년에도 SOC 예산은 4000억원 증액됐다. 예산 시즌마다 반복되고 있는 불편한 현상들이다.

[기자수첩]업적이 된 쪽지예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