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1단지. /사진=머니투데이 DB
아파트 청약 과열을 잡기 위한 '11·3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 후 한 달 동안 강남 재건축 시장은 급격히 식었다. 호가는 한 달 새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 빠지고 거래는 실종됐다. 급랭한 시장 분위기에 부동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일각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개편돼 가는 긍정적 신호로 보기도 한다.
잠실주공5단지의 호가는 약 2억원 가량 내렸다. 이 단지 전용면적 82㎡는 지난 10월 16억원 초중반대에 시세가 형성됐으나 현재는 15억원 초반까지 떨어진 가격으로 매물이 나온 상황이다. 급매물의 경우 그 밑으로도 호가가 나오고 있다고 지역 공인중개소들은 전했다.
호가 하락은 강남구 개포동도 마찬가지였다. 개포동은 올해 주공2단지와 3단지가 3.3㎡당 4000만원 안팎의 고분양가로 분양에 나섰음에도 수백대일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열기가 가장 뜨거운 지역으로 꼽혔다. 단지 규모가 가장 큰 개포주공1단지는 올초보다 매매가가 2~3억원 올랐고 4·5·6단지도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최근 한 달 사이 개포주공1단지의 매매 호가는 5000만~7000만원 가량 하락했다. 개포동 G공인중개소 대표는 "1단지가 5040가구 규모인데 11월 매매건수는 단 1건"이라며 "호가를 내려도 거래가 안 돼 매도자, 매수자 모두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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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 다른 단지들의 사정도 비슷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1월 마지막주 강남4구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일제히 하락했다. 강남구는 전주대비 0.16% 하락했고 △강동구(-0.4%) △서초구(-0.1%) △송파구(-1.13%) 등도 하락세를 보였다.
거래도 실종됐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개포동 전체에서 매매로 등록된 기록은 단 2건 뿐이다. 잠실동은 4건, 서초구 반포동은 8건만이 거래된 것으로 나온다. 부동산 거래 신고는 계약 후 60일 이내에 하도록 돼 있어 실제 거래건수와 다소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지난 10월 거래 건수가 △개포동 67건 △잠실동 122건 △반포동 72건 등인 것과 비교하면 거래가 거의 사라진 수준이다.
'11·3 대책'은 청약시장을 규제하는 정책이지만 가수요가 빠지면서 기존 재고 주택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개포동의 S공인중개소는 "그래도 가수요가 어느 정도 있어야 실수요자도 붙으면서 시장이 형성되는데 지금 정책은 시장을 다 죽이는 것"이라며 "침체 기간이 다소 길어질 조짐도 보인다"고 토로했다.
현장에서는 시장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한쪽에서는 이 같은 현상들이 과열 양상을 진정시키고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개편되는 과정으로 보기도 한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세 자릿수였던 서울의 청약경쟁률이 지난달 말에는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며 "그만큼 가수요가 빠졌다는 의미기 때문에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실수요자라면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