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허울 뿐인 한식세계화, 지양해야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16.11.3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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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허울 뿐인 한식세계화, 지양해야


2009년 5월 한식 세계화를 이끌 대표 품목 네 가지가 발표됐다. 떡볶이와 비빔밥, 전통주, 김치였다. 이중 주목을 받은 것은 떡볶이였다. 국민적인 관심 아래 정부는 5년간 140억원을 투입해 떡볶이 산업을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떡볶이 연구소는 1년 만에 연구가 중단했고 '떡볶이 띄우기'는 자취를 감췄다.

한식 세계화 사업은 2008년 한식세계화선포식 이후 진행되고 있는 국가사업이다. 쏟아부은 예산도 수천억이다. 그러나 한식에 대한 정의조차 명확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운영하는 '한식세계화' 사이트를 참고해봐도 마찬가지다. '한식'이란 '대한민국에 전해 내려오는 조상 고유의 음식'이고, '전통음식'이란 '대한민국 농수산물을 주원료로 가공해 오래전부터 이어져 오는 우리 고유의 맛, 향 및 색깔을 내는 식품'으로 정의돼 있다. 그렇다면 질문. 언제를 '오래 전'으로, 어떤 맛을 '고유의 맛'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음식은 문화다. 일식하면 스시 뿐만이 아니라 간결한 조리법, 요리사의 옷차림, 음식과 곁들일 도쿠리의 술까지 연상되듯이 음식에는 한 나라 국민들의 생활과 풍토, 정체성이 담겨 있다. 따라서 시대와 환경에 따라 음식도 변한다. 삼계탕, 제육볶음, 김치찌개, 된장찌개는 전통 한식같지만 1970년대 들어서야 외식메뉴가 됐다. 전통 식재료로 여겨지는 고추는 한국에 들어온 지 500년, 배추와 양파는 불과 200여 년 밖에 되지 않았다.

한식에 대한 정의조차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한식 홍보에만 앞장섰다. 어쩌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한식세계화 사업에 배정된 정부의 '눈먼 돈'에 영향을 미친 것은 당연했다.



최씨 측근인 차은택씨와 미르재단이 한식세계화 사업에 깊이 관여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차씨는 지난해 밀라노 엑스포에서 한식을 주제로 한 한국관 전시 총괄감독을 맡았고 이후 'K스타일허브'사업에서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예산을 쥐락펴락했다. 프랑스 요리학교 에콜 페랑디와의 사업도 미르재단이 주관했다.

한식세계화 사업은 재검토돼야 한다. 정의조차 불분명한 한식을 세계인에게 어떻게 먹일 것인지, 김치를 좋아하지 않는 외국인들에게 우리 식으로 만든 김치를 강요하는 것이 진정한 세계화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이 같은 일에 예산을 낭비하는 것은 더더욱 지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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