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전 오늘… 800여명 태운 금강산 관광 크루즈 첫 뱃고동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2016.11.18 06:00
글자크기

[역사 속 오늘] 금강산 관광에 담긴 '통일염원'…북한군 민간인 피살사건으로 8년째 중단

18년 전 오늘(1998년 11월 18일) 금강산 여객선 '현대 금강호'가 첫 출항했다. /사진제공=현대아산18년 전 오늘(1998년 11월 18일) 금강산 여객선 '현대 금강호'가 첫 출항했다. /사진제공=현대아산


18년 전 오늘… 800여명 태운 금강산 관광 크루즈 첫 뱃고동
'금강산 찾아가자 1만2000봉. 볼수록 아름답고 신기하구나. 철따라 고운옷 갈아입는 산. 이름도 아름다워 금강이라네. 금강이라네'(동요 금강산, 강소천 작사·나운영 작곡)

남북분단 이후 처음으로 민족의 명산 '금강산'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 18년 전 오늘(1998년 11월18일) 관광객 800여명을 태운 2만8000톤급 금강산 크루즈 여객선 '현대 금강호'가 울린 첫 뱃고동 소리엔 통일을 향한 염원이 담겼다.



사계절마다 다른 절경으로 금강·봉래·풍악·개골산으로 불린 금강산은 실향민과 국민들 마음을 달랬다. 2003년 9월 강원 고성군에서 출발해 비무장지대를 가로지르는 육로관광까지 개발됐고 2005년 6월 관광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크고 작은 문제를 겪으면서도 순항하던 금강산 관광은 2008년 관광객 박왕자씨(여·사망당시 53)가 북한군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전면 중단됐다. 북한은 책임을 남측에 넘겼고 남북관계는 얼어붙었다. 이후 천안함 폭침(2010년)과 북핵위협 등이 겹치면서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역할이 컸다. 1998년 6월과 10월 두차례에 걸쳐 통일소 1001마리를 끌고 판문점을 넘은 정 회장은 5개월 뒤 금강호를 띄우며 세계적 관심을 받았다. 양측 정부가 일부 개입했으나 민간교류의 획기적 사건으로 손꼽히는 성과였다.

정 회장은 경제인으론 처음 1989년 1월 북한을 방문해 '금강산 남북공동개발 의정서'를 체결했다. 정 회장이 물꼬를 트면서 다른 기업들도 북한에 손길을 내밀었다. 1992년 대우그룹이 평안남도에 남포공단 건설을 협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햇볕정책'으로 대표되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화해 모드에도 윤활유 역할을 했다. 김 대통령은 금강산 관광 2년 뒤인 2000년 6월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났다. 김 위원장은 그해 9월 금강산을 공식 방문하기도 했다.


뱃길에 이어 육로까지 뚫렸다. 2003년 9월 비무장지대(DMZ)를 넘어 금강산으로 가는 육로가 조성됐다. 육로가 열리면서 2003년 7만7000여명이던 관광객이 2004년 27만2000여명으로 증가해 각종 관광사업이 생겨났다.

2004년 1월 해로관광은 중단됐고 그해 7월 금강산호텔이 문을 열었다. 육로개설에 이어 숙소부족으로 관광 후 배에서 숙박해야 하는 문제까지 풀리면서 기존 4박 5일 코스에서 1박2일, 당일 등도 생겼다. 그해 11월 금강산골프장이 착공했다.

육로개설로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2005년 금강산 방문객이 100만명을 넘어섰다. 금강산 주변을 관광단지로 개발하자는 현대측의 제안으로 2006년 2월 남북이 손을 잡기도 했다. 2007년 5월 내금강 관광도 시작했다.

잘나가던 금강산 관광은 북한군이 쏜 총에 산산이 부서졌다. 2008년 7월11일 오전 해변을 산책하던 박씨가 북한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북한은 군사경계 지역을 침범했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피했다.

관광은 이튿날 바로 중단됐다. 현대와 남측 정부는 북한군이 무방비상태의 민간인을 조준사격했다며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를 모두 불허하며 금강산 관광은 전면 중단하겠다는 일방적 통보를 해왔다. 2010년 북한은 남측 재산을 동결·몰수했고 관리 인원들도 추방했다.

남북은 2013년 남북 7차 회담 등에서 금강산 관광재개 등을 논의했으나 북한이 총살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에 대해 합의하지 않으면서 무기한 중단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에도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금강산 관광재개 논의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