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께 전하고 싶은 편지

머니투데이 이승형 부장 2016.11.11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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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형의 세상만사]

朴대통령께 전하고 싶은 편지


한 달도 채 안됐습니다. 불과 3주 남짓한 시간, 많은 것들이 바뀌었습니다. 이를 두고 천지개벽(天地開闢)이라고 하는 건가요.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은 무너지고, 국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와 퇴진을 외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지금 처지는 사면초가(四面楚歌)라는 말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대통령께 안녕하시냐는 안부 인사는 드리기 힘들 듯 합니다.

뉴스 보도를 통해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비선실세’라는 최순실씨와 그 일당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서서히 수많은 의혹의 퍼즐들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언론의 취재와 그들의 증언을 통해 본 실상은 입 밖으로 열기에도 민망한 수준입니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최씨가 본인의 단골들, 그러니까 마사지센터와 피부과, 여성전용 술집(일명 호빠)등의 종사자들과 벌여온 일들입니다. 네, 이것만으로도 대한민국의 국격은 땅으로 추락했습니다. 우리 교포들이 부끄러워 현지 외국인들과 말도 못한다고 합니다.

두 번째 사과에서 “이러려고 대통령 됐나 자괴감이 든다”고 하셨죠. 국민들은 지금 “이러려고 1번을 뽑았나” “이러려고 대한민국 국민이 됐나”며 집단 우울증에 빠져 있습니다. 의혹을 제기할 때마다 “국기문란”이라고 호통 치시던 대통령이 국기문란의 장본인이라는 사실에 국민들은 배신감으로 심히 괴롭습니다. 익히 대통령께서도‘배신의 감정’에 대해서는 잘 아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국민들의 퇴진 요구를 섭섭하게 생각하시지 않을 거라 믿습니다.



기실 이번 사태가 아니어도 대통령께서 임기 내 하신 일은 국민과 국익에 보탬이 되는 일은 별로 없었습니다. 공약은 말 그대로 공약(空約)이 된 지 오래입니다. 뭐, 이 정도는 국민들도 받아들였습니다. 언젠가부터 정치인의 공약이라는 걸 믿는 국민들이 하나둘씩 사라졌으니까요.

하지만 아무런 국민과의 소통도 없이 결정된 국가적 중대사들은 대한민국의 앞날을 더 어둡게 만들었습니다. 개성공단 폐쇄,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 한국사 국정교과서 편찬, 사드 배치 등 말입니다. 국민들은 이 또한 최씨가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했을 것이라고 당연한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결정들은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하고, 또 그럴 것입니다.

엊그제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이로써 전 세계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의 언행이 향후 미국의 경제 외교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 때문입니다.


특히 한반도 정세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으로 들어가게 됐습니다. 트럼프는 기존의 한미 동맹과 대북정책 기조를 흔드는 발언을 거듭해 왔습니다. 북한 김정은을 만나겠다든지, 북한과 일본이 전쟁을 벌여도 관여하지 않겠다든지, 한반도 핵을 용인한다든지 등등. 우리 국민들은 당장 내년부터 대한민국의 평화에 대해 걱정해야 할 판입니다. 말 그대로 ‘내우외환(內憂外患)’입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청와대에서는 야당을 향해 “국정공백이 우려되니 총리를 추천해 달라”고 요구하셨더군요. 국민들이 요구하는 퇴진이나 야당이 말하는 ‘2선 후퇴’는 정녕 고려하지 않으십니까. 안타깝게도 이미 대통령으로서의 권위도, 신뢰도, 자격도 상실한 상황에서 급변하는 한반도, 동북아 정세를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대한민국의 평화를 책임질 수 있으십니까. 국민들이 그걸 용인하겠습니까. 믿겠습니까.

이제 시간이 없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로 바뀌는 만큼 더 서둘러야 합니다. 늘 강조하셨던 ‘비상시국’이 바로 지금입니다. 결단을 생각하실 때 입니다.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한시라도 빨리 현 상황을 타개해야 합니다. 그것이 국정공백, 비상시국, 한반도 위기를 극복하는 첫 걸음입니다.

내일 국민들이 전국의 모든 광장에 모입니다. 지난 주말보다 더 많은 인파들이 대통령 퇴진을 외친다 합니다. 부디 현명한 판단을 내리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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