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대통령'에서 '한국판 트럼프'까지…차기 대선, 트럼프에 촉각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016.11.0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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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대이변, 트럼프 당선]한미 동맹 약화 우려에 보수층 결집 가능성…기존 구도 깨는 새로운 인물 부각 주목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2016 미국 대선 관전 행사장에 걸려 있는 미국지도에 힐러리(파란색)와 트럼프(빨간색)의 승리지역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45대 미국대통령 당선자의 윤곽은 이날 정오쯤 드러날 전망이다. 2016.11.9/뉴스1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2016 미국 대선 관전 행사장에 걸려 있는 미국지도에 힐러리(파란색)와 트럼프(빨간색)의 승리지역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45대 미국대통령 당선자의 윤곽은 이날 정오쯤 드러날 전망이다. 2016.11.9/뉴스1


미국의 트럼프, 러시아의 푸틴, 중국의 시진핑, 일본의 아베, 이들과 외교무대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한국의 차기 대통령은 누가 될까.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자 우리나라 차기 대선 구도에 미칠 영향에 눈길이 쏠린다. 한미 안보 동맹 약화에 대한 우려를 발판삼아 '안보 대통령'이 주목받을 것이란 시각에서부터 '한국판 트럼프' 가능성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권에 주는 의미에 대해 해석이 분분하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내년 대선에서 외교안보 이슈가 보다 부각될 가능성이 지적된다. 미국이 민주당에서 공화당 정권으로 넘어가면서 외교안보 정책노선의 변화 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트럼프는 '안보 무임승차론'을 내세워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넘어 주한미군 철수까지 언급하는 등 한미 안보 동맹의 약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트럼프가 대통령 취임 초 이 같은 이슈로 우리나라 정부를 압박하면 한미 간 갈등의 한가운데에서 우리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차기 대선주자들의 외교안보 역량이 주요 검증 대상으로 떠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보수 성향 지지층에서 보다 중요한 잣대로 삼을 것으로 보여 여권 후보들을 중심으로 '안보 대통령'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과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동맹의 기본 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커지면 보수층의 결집을 강화될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이는 여권 성향 주자에게 유리한 환경으로 해석된다. 반대로 안보 문제 뿐 아니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경제 문제에 대한 갈등까지 겹치게 되면 반미 감정을 자극해 오히려 야권 성향 주자에게 표가 몰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소득층 백인의 지지가 트럼프의 승리를 견인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양극화 해소가 우리 대선에서도 주요 화두가 될 것으로 예측하는 시각도 있다.

한 야당 국회의원은 "결국 중산층의 경제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함께'보다는 '나'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 트럼프가 여론을 설득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격차 해소가 주요 시대정신이라는 점에서 대선에서도 이 문제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국판 트럼프'의 등장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가 정치 시스템에서 벗어나있는 이단아임에도 기존 대선 구도를 깨고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데에는 새로운 인물에 대한 욕구가 그만큼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2012년 '안철수현상'이 이와 비슷한 욕구를 보여준 바 있고 내년 대선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요소라는 것이 정치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최근 이재명 성남시장의 급부상이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이를 대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역으로 극우적 성향의 쏠림을 경계하는 중도 지향 주자들의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도 지적된다. 트럼프의 당선을 반면교사로 삼는 경우다. '최순실게이트'가 정국을 휩쓸면서 보수진영의 해체와 재조합 필요성이 제기되는 만큼 혁신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보수적 가치의 재정립이 모색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한 새누리당 중진 의원은 "새누리당이 당장 어떻게 될 지도 모르는데 안보 이슈로 대선주자의 유불리를 따질 수 있는 상태가 아니지 않느냐"라며 "트럼프와 공화당, 이들과 일대일 비교가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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