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책 뜯어보니… 세율인하-고립주의-보호무역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16.11.0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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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美대선]또다시 세계 뒤덮은 불확실성… 글로벌 무역전쟁 터지나

당선이 유력시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세계 경제와 국제정치 질서를 다시 혼돈 속으로 몰고 갈까.

예상과 달리 미국 국민들은 8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를 선택했다. 지지율 박빙에도 선거인단 확보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크게 뒤져 패배가 예상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경합주들이 차례로 트럼프의 손을 들어주며 기대하지 못했던 승리를 공화당에 안길 가능성이 커졌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우려가 현실이 되면서 이전부터 불안한 회복세를 보였던 세계 경제는 다시 악화일로를 걸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트럼프의 당선을 제2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여길 만큼 금융시장이 받을 공포감은 상당할 전망이다. 클린턴보다 더 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 자국중심정책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점차 되살아나고 있는 세계 경제 성장세를 뒤돌려 세울 수 있다는 예상이 높다.



트럼프는 외교,국방정책에서도 기존정책의 대수술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주범으로 보고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과 45%의 관세 부과를 공약했다.

군사와 외교 분야에서도 고립주의가 본격화된다. 트럼프는 미군을 중동에서 철수하고 한국과 일본에도 방위비 부담금 인상을 요구하겠다고 주장해왔다. 한국과 일본이 이를 거부할 경우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나설 공산도 크다.



트럼프 정책 뜯어보니… 세율인하-고립주의-보호무역


◇美경제 다시 공포 속으로…이민·조세 정책,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어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 경제에 가장 큰 걸림돌은 불확실성이다. 불확실성 그 자체인 트럼프의 당선으로 일단 금융시장은 급격한 요동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트럼프의 조세정책은 부유층에 다분히 유리하다. 그는 기존 7단계 소득세 과표를 3단계로 조정하고 최상위층의 소득세율을 39.6%에서 25%로 낮춘다는 공약을 내밀었다. 기업법인세율 역시 35%에서 15%로 인하한다는 입장이다.

세금을 줄여 지출을 촉진하고 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발상이지만 더 큰 문제는 급감하는 세수다. 비영리단체 조세정책연구소(TPC)는 이 경우 향후 10년 동안 미국 연방 세수는 9조5000억달러가 줄어든다고 전망했다. 트럼프는 이 격차를 경제성장과 기존의 낭비됐던 정부지출을 줄여서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무디스어낼리틱스는 이 때문에 정부 부채가 늘고 이자가 급등해 대출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초래하면서 경기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의 공약 중 가장 극단적인 이민 정책 역시 미국 경제 회복세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불법 이민자 수백만명을 강제 추방하고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해 이민자 유입을 단절하겠다 공언했다. 무디스에 따르면 미국 전체 노동인력 중 불법 이민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에 달한다. 이들이 빠지면 그만큼 미국 고용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마크 잔디 무디스어낼리틱스 연구원은 인력 부족으로 미국 GDP(국내총생산)이 감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의 그렉 다코 연구원은 이로 인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내년 1.6%으로 떨어진 뒤 남은 트럼프의 임기에는 1.8%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무역조약 철폐에 보복관세까지…보호무역주의 대두에 세계 성장률 2%P 추락 가능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TP) 반대는 트럼프와 클린턴이 예외적으로 공유했던 정책 공약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클린턴보다 더욱 급진적이다. 그는 TTP 뿐만 아니라 북미자유무역협정(NATFA)마저 재협상하거나 아예 탈퇴하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는 중국과 멕시코에 각각 45%, 35%의 징벌적 관세를 매기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그만큼 미국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지만 트럼프는 이로 인해 미국 국내 제조업이 활성화돼 노동자들이 더 큰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전망은 트럼프에 동조하지 않는다. 잔디 연구원은 관세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쉽사리 일자리 확대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코 연구원은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고 해서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미국 국내로 빠르게 복귀하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세계적인 무역 전쟁을 야기해 세계 성장률을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높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은 각국이 경쟁적으로 관세 인상에 나설 경우 세계 경제성장률이 2%포인트 가량 추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세계 각국의 경제회복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싱크탱크 진보정책연구소(PPI) 역시 보호무역이 고용 및 임금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미국 경제에도 득보다 실이 많다고 지적했다.

미국 소비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들은 특히 타격이 예상된다. 씨티프라이빗뱅크의 켄 펭 투자전략가는 한국과 대만을 미국 보호무역기조에 가장 큰 손실을 입을 국가로 지목했다. 전문가들은 이외에 동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신흥국들도 마찬가지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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