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수출부진,美 금리인상...위기의 불길한 전조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유엄식 기자 2016.10.28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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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실린 10년 주기 위기론] 1996년,2006년,2016년...닮은 꼴 지표들

저성장,수출부진,美 금리인상...위기의 불길한 전조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관리체제로 들어가기 전 우리나라의 일부 경제지표는 나쁘지 않았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994년과 1995년 2년 연속 9%대를 기록했다. 당시 세계경제 성장률은 3%대였다.

이를 반영해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1995년 5월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상향조정했다. ‘AA-’는 4번째로 높은 신용등급이다. 자신감을 얻은 정부는 1996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가입한다.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다”는 축배를 들었다.



그러나 곧 고배가 된다. 바로 1년 뒤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처지에 내몰린 것. 그러나 당시에도 이미 주요 경제지표는 ‘경고등’을 켜고 있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휘청거리기 전이었던 2006~2007년에도 마찬가지였다. ‘10년 주기설’을 고려해 볼 때 올해와 내년의 우리 경제지표를 유심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1996년에 무슨 일이? = 1980년대 저달러, 저금리, 저유가의 ‘3저 호황’을 맛봤던 우리 경제는 1990년대부터 점차 경상수지에 문제가 생긴다. 특히 1996년이 피크였다. 당시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238억3000만달러 적자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다. 1995년 30.3%에 이르렀던 수출 증가율이 1996년 3.7%에 그치면서 발생한 문제다.



경상수지 적자는 대외환경의 영향을 받았다. 미국은 1994년 3% 수준이었던 기준금리를 1995년 2월까지 6%로 올린다. 일본은 당시 엔화 절하를 단행했다. 반면 정부는 OECD 가입을 위해 국민소득 1만 달러 등 외적 모양새를 갖추려고 원화강세를 유도하는 것 아니냐고 할 정도로 환율대응에 미흡했다.

대외 변수에다 이런 요인까지 겹치며 수출 경쟁력은 저하됐고 경상수지 적자가 더 누적되는 악순환 끝에 1996년 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238.9%까지 치솟는다. GDP 성장률도 1996년부터 이상 조짐을 보였다. 1995년 9.6%를 기록했던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1996년 7.6%로 낮아졌다.

여기에 한보, 진로, 기아, 해태, 뉴코아 등 기업들의 부실이 이어지며 1997년에는 5.9%까지 성장률이 떨어졌다. 하지만 당시 경제팀은 1996년 8월 경제전망에서 1997년 성장률 전망치를 최대 7%까지 제시했다. ‘안일한 대응’이란 비판이 나왔던 이유다.


저성장,수출부진,美 금리인상...위기의 불길한 전조
◇외풍에 흔들린 2006~2007년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의 상황은 10여년 전과 다소 다른 양상이었다. 2003년 신용카드 대란을 겪은 우리 경제는 이후 비교적 순탄한 길을 걷는다. 2003년 2.9%까지 떨어졌던 성장률은 2006년 5.2%를 기록하며 5%대로 복귀한다. 2007년 성장률은 5.5%까지 올라간다.

경상수지와 외환보유액도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2005년 126억5480만달러였던 경상수지 흑자가 2006년 35억6920만달러로 떨어졌지만, 2007년 다시 117억9450만달러로 회복된다. 1996년 332억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액은 2006년과 2007년 각각 2389억5611만달러, 2622억2407만달러로 늘어난다.

하지만 1996년 상황과 비슷한 조짐도 있었다. 2004년 12월 1%에 불과했던 미국의 기준금리는 2006년 6월 5.25%로 치솟는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세계경제의 변동성 요인이었다. 여기에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연결됐다. 특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국내 부동산 경기에 영향을 줬다.

2006년 전국의 집값 상승률은 24.8%에 이르렀다. 서울과 경기의 집값 상승률이 각각 31.11%, 34.8%를 기록하며 부동산 과열을 이끌었다. 치솟았던 전국의 부동산 가격은 미국의 금리인상,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조정을 받았다. 경제위기 10년 주기설과 별개로 미국의 금리인상과 맞물린 부동산 10년 주기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2017~2018년, 위기 또 반복되나 = 올해 초부터 경제위기 10년 주기설이 회자되는 건 일부 경제상황이 1996년, 2006년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성장률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2.6%에 그쳤다. 2014년 3.3%로 반등했던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진 것이다. 올해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는 2.8%다.

문제는 올해보다 내년이다. LG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이 내년 성장률을 2.2%로 내다봤고, 한국금융연구원이 2.5%, 현대경제연구원이 2.6%로 예상했다. 정부(3.0%)와 한국은행(2.8%)만 상대적으로 낙관적이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부진한 것도 위기설의 배경이다. 올해 7월 수출은 19개월 연속 감소했다. 8월에 증가세로 반짝 돌아섰지만 9월에는 다시 감소했다. 여기에 조선·해운 구조조정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의 경영실적 부진이 겹치면서 1996년의 ‘데자뷔’를 언급하는 이들이 많다. 10여년 전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시장도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과열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를 본격적으로 올리기 시작할 경우 상황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이런 대외 환경의 변화와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의 신용등급 상향은 마치 1997년 IMF 외환위기의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한다. 이런 까닭에 10년 주기설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저성장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 수출 부진에도 경상수지 흑자는 공고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이 같은 분석에 부정적인 평가를 하기도 한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현재 경제 상황은 IMF 외환위기 때와 다르다”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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