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신탁, 평가의 묘(妙)로 꿩 먹고 알 먹기

머니투데이 김경남 현대증권투자컨설팅센터세무전문위원 2016.10.2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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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디렉터]김경남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세무전문위원

증여신탁, 평가의 묘(妙)로 꿩 먹고 알 먹기


최근 거액자산가를 중심으로 사전 증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실제로 국세청에서 발표한 ‘2016년 국세통계 조기 공개’ 자료를 보면 증여세 신고 인원이 해를 거듭할수록 급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전 증여가 관심 단계에서 벗어나 이제는 실제 실행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사전 증여의 수단으로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현금이 될 수도 있고 주식이 될 수도 있고 부동산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전에 증여한 재산이 향후 가치가 크게 상승해야 사전 증여의 목적에 부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은 언제나 존재하며, 증여에 수반되는 적지 않은 세금 또한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증여신탁’은 증여 수단으로써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증여신탁이란 위탁자인 증여자가 수탁자인 금융기관 또는 신탁회사와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수탁자는 신탁계약에 의거하여 수익자인 수증자에게 수익과 원본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중간에 수탁자가 존재한다는 것 외에 증여자는 부모가 되고 수증자는 자녀가 된다는 점에서는 일반적인 증여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신탁이 증여 수단으로서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10억원의 현금을 단순 증여하는 경우와 신탁을 통해 10년간 나누어 매년 1억원씩 받는 경우의 증여세를 비교해보자. 우선 10억원의 현금을 단순 증여하는 경우 약 2.03억원의 증여세를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신탁을 활용하는 경우 증여재산이 10억원이 아닌 6.76억원으로 평가되면서 증여세는 약 1.15억원으로 감소한다. 신탁을 활용함으로써 증여세가 40% 이상 감소한 셈이다.



그 원인은 할인율에 의한 평가의 묘(妙)에 있다. 신탁계약을 통해 원본과 수익을 여러 차례 나누어 지급하는 경우 증여재산 평가 시 10%의 할인율이 적용되면서 증여재산이 낮게 평가되기 때문이다. 현금 흐름을 현재가치로 평가함에 있어 할인율을 적용하는 이유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화폐가치의 하락을 반영하기 위한 것인데, 최근의 저금리 기조에서 보면 10%의 할인율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증여신탁의 가장 큰 장점인 증여세 절세 이외에도 분할지급을 통해 자녀에게 정기적인 생활 자금을 지원할 수 있고, 신탁재산을 국공채 등에 투자함으로써 안정성 또한 매우 높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증여 후 10년 이후에 증여자인 부모의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 해당 증여재산은 상속재산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상속세 절세 효과를, 그리고 소득이 많은 부모의 경우에는 금융소득 감소에 따른 소득세 절세 효과 또한 기대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증여신탁의 경우 최소가입금액이 존재하고 계약 기간 동안에는 중도해지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자산을 일시에 증여 받기를 원하거나 증여자인 부모의 연세가 아주 많은 경우에도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투자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자녀에게 안정적인 자금을 지원해 줄 수 있고 절세 효과까지 챙길 수 있는 증여 방법은 신탁이 유일하다. 자산가라면 한 번쯤 고려해야 하는 증여 수단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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