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지연해체' 택한 美버몬트 양키원전 가보니

머니투데이 버넌(미국) = 김민우 기자 l 세종= 유영호, 이동우 기자 2016.10.28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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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원전 사후관리, 길을 찾다-④]42년 만에 강물이 얼었지만…지역경제는 '타격'

[르포]'지연해체' 택한 美버몬트 양키원전 가보니


[르포]'지연해체' 택한 美버몬트 양키원전 가보니
지난 17일 뉴욕에서 승용차로 3시간 거리의 미국 버몬트주 버넌(Vernon). 왕복 2차선도로를 중심으로 자리한 집들엔 ‘For Rent’라고 적힌 팻말이 군데군데 보였다. 동행한 윤정섭 한국수력원자력 뉴욕지사 차장은 “원전 폐로 결정 후 마을을 떠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버몬트 양키 원전의 폐로결정 이후 650명이던 직원이 300여명으로 줄면서 임차인을 찾는 집들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2020년이 되면 감시인력 50여명만 남게 되므로 주택수요는 더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버몬트주 전력의 38%를 공급하던 버몬트 양키 원전은 2014년 12월 폐로를 결정했다. 우리나라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같이 미국에서 노후 원전 재가동 심사를 담당하는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양키 원전에 대해 2023년까지 가동을 허용했지만 원전 운영자인 엔터지는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셰일가스로 인해 천연가스·도매전력가격 하락, 원전 설비개선에 필요한 높은 투자비 등으로 더 이상 경제성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원전가동이 중단되자 42년 만에 강물이 얼기 시작하는 등 주변 환경이 점차 회복됐다. 코네티컷강은 발전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온배수 때문에 그 동안 추운겨울에도 얼지 않았다. 하지만 지역 경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발전소가 문을 닫으면서 직장을 잃은 지역사회 구성원들은 다른 곳에 가서 일자리를 구해야 했다. 엔터지에 따르면 버몬트 양키원전이 지역경제에 기여한 금액은 2014년 기준 연 5억달러였지만 2020년 후에는 1300만달러로 떨어질 전망이다. 버몬트 양키 원전이 위치한 버논은 2014년 예산을 50만 달러 깎아야만 했다.

버몬트 양키 원전은 내년에 해체될 고리 1호기와 달리 60년 동안 ‘지연해체’(SAFSTOR) 방식으로 해체된다. 습식 저장소에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2020년까지 건식 저장소로 옮겨 2052년까지 휴면 상태로 놔두고 방사선량이 낮아지면 차례대로 폐로하는 방식이다. 버몬트 양키 원전은 2069년부터 원자로 해체 등 폐로 작업이 시작되며, 2075년 이후엔 부지 복원이 진행된다.



이 방식을 택한 이유는 ‘경제성’과 ‘안전성’ 때문이었다. 버몬트 양키 원전에서 지역주민·시민사회와 소통을 전담하고 있는 마틴 콘 수석소통담당관은 “해체를 위해 마련한 기금도 50년 동안 투자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버몬트 양키 원전의 해체비용은 총 12억4200만달러(한화 약 1조3800억원)로 추산된다. 이 중 운영허가 종료에 따른 원자로 해체 등을 위한 비용이 8억1700만달러이며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 비용과 원전 현장 복구 비용이 각각 3억6800만달러, 5700만달러다. 원전 운영사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폐로 요건을 평가 기준으로 삼아 이같이 해체 비용을 산정한 결과다.

엔터지사는 현재까지 절반 가량인 6억6500만달러를 마련해 제3의 독립기관에서 펀드 등으로 운영하고 있다. 방사선선량이 낮아지길 기다리는 50년동안 기금을 불릴 계획이다. 해체에 필요한 금액보다 부족하면 엔터지사가 추가로 충당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수익률이 당초 예상했던 3%보다 높은 6.5%로 잡히면서 비용을 추가로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문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해결되지 않은 숙제다. 버몬트 양키 원전에서 발생한 사용후 핵연료는 42년동안 원전 내 건식저장소에서 보관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만 처분 시설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키원전은 45개의 건식 저장소를 추가로 만들어 총 58개를 확보할 예정이다. 콘은 “사용후핵연료 관리·보관에 소요되는 3억6800만 달러는 소송을 통해 연방정부로부터 받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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