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쇼크' 현대車, 위기 탈출 전략 뭘까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2016.10.2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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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싼과 싼타페, 크레타 등 SUV 그랜저·제네시스 '3각편대'

실적 '쇼크' 현대車, 위기 탈출 전략 뭘까


2010년 이후 2조 원을 웃돌았던 현대차의 분기 영업이익은 2014년 3분기부터는 1조 원 중반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올해 2분기 1조7620억 원으로 전분기 대비 30% 넘게 증가했지만, 개별소비세 인하 등의 효과가 컸다. 그런데 3분기에는 1조 원에 겨우 턱걸이했다. 2010년 연결재무제표 공시가 의무화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2011년 10.3%에서 2012년 10.0%, 2013년 9.5%, 2014년 8.5%, 지난해 6.9%, 올해 3분기 누적 6.0%로 5년 연속 하락했다. 내수는 물론 신흥시장 부진에 노조의 장기 파업 등 다양한 악재가 겹쳐 '쇼크'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사상 최저 내수점유율…그랜저·i30·SUV로 타개=공고해보였던 현대차 (251,000원 ▼500 -0.20%)의 독주 체제에 균열이 생긴 건 수입차의 공세와 맞물려있다. 최근 주춤거리고 있지만, 지난 몇 년간 디젤차를 앞세운 수입차 메이커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수입차는 24만3900대가 판매돼 전년대비 24.2% 성장했다. 20만대 돌파는 수입차의 국내 도입 후 처음이었다. 내수 승용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은 한 때 15.8%를 기록했다. 말리부, SM6 등의 신차로 무장한 르노삼성, 한국GM, 쌍용차 등이 선전을 거듭했다.



현대차의 내수 점유율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40% 아래로 떨어지더니 올해 들어서도 급락세가 멈추지 않았다. 월별 판매량은 3~6월 각각 6만대를 넘겼지만, 7월부터 다시 4만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9월에는 상용차를 제외한 판매량이 3만2164대로 자매사인 기아차 (118,000원 ▼300 -0.25%)(3 만4906대)에게도 추월당했다. 내수 점유율이 32.3%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 종료와 노조 파업 장기화 여파도 있었지만, 신차 판매 부진과 함께 영업·마케팅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곽진 국내영업본부장을 전격 교체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현대차는 내수 회복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최근 그랜저IG를 계획보다 한 달 가량 앞당겨 출시했다.



최병철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상반기 산업 수요 증가와 함께 현대차 판매도 늘었지만, 하반기 들어서면서 판매가 부진했다"며 "4분기는 신형 i30와 신형 그랜저의 신차 효과, 기존 투싼과 싼타페 등을 통한 SUV 시장 판매 확대로 위축된 시장을 타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각종 판촉활동을 강화하고 노후차 교체 등 수요 발굴과 법인차 수요 등을 공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흥시장 부진 '크레타'에 기대…美 제네시스·산타페 中 베르나=현대차는 인도, 러시아, 브리질, 멕시코 등 신흥 자동차 시장 공략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 찾기에 나서고 있다. 중국과 미국, 서유럽 등의 주요시장은 저성장 기조에 봉착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러시아, 브라질 등에서의 부진이 뼈아프다. 올 들어 9월까지 러시아에서 현대·기아차는 전년 동기 대비 13.04% 감소한 20만7946대를 파는데 그쳤다. 브라질에서는 6.27% 줄었다. 설상가상 신흥시장 통화 약세 영향이 지속되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도 중국 현지업체의 도전을 받으며 고전하고 있다. 현대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도 올해 상반기 7.3%로 정점을 찍었던 2014년 상반기 9.0%보다 1.7% 포인트 떨어졌다. 최근 4공장을 준공하고, 내년 5공장을 가동하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최근 3개월 간 3개월 간 러시아 등 6개 국가 생산현장을 돌며 생산·판매 전략을 점검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내년에는 신흥시장 수요 감축이 지속되고,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도 성장 정체나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다만 현대차가 주요 시장에 비해 신흥시장에서 포지셔닝을 잘하고 있는 만큼 시장이 회복되면 가장 큰 이익을 취할 것이란 긍정적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의 경우 시장 침체 속에서 다른 업체들은 철수하고 있지만, 현대차는 앞을 내다보고 공격적인 투자를 해왔다.

최 부사장은 "올해 글로벌 시장은 선진시장과 신흥시장 모두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여 해외 판매가 전체적으로 약화됐다"며 "4분기에는 3분기 생산차질을 만회하기 위해 그동안 쌓은 상품경쟁력을 바탕으로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조 파업 종료로) 생산이 정상화됨에 따라 제네시스 G80, G90 등의 미국 판매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시장 공략과 관련해선 신형 베르나의 신차효과와 함께 구매세 인하 정책의 연장 여부 등에 대해 시나리오 별 대응 전략을 마련키로 했다. 아울러 신에너지 차량 및 현지 전략 맞춤형 신차를 단기 투입하겠다는 복안이다.

최 부사장은 "4분기에는 3분기 실적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던 공장 가동률이 개선되고 전사적인 수익성 제고 노력이 성과를 낼 것"이라며 "4분기 잔여 기간 모든 역량을 결집해서 현 상황을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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