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사진=뉴스1
◇朴대통령, 자신에게 책임 돌려
박 대통령은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최씨에게 연설문을 사전 제공했음을 사실상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약 1분40초 동안 이뤄진 462자(띄어쓰기 포함) 짜리 사과였다. 박 대통령은 "저로서는 좀 더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모든 책임을 참모진이 아닌 자신에게 돌렸다. 연설문 유출에 연루된 참모진에 대해 문책성 조치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법적 책임 문제는 남아있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누구든 무단으로 대통령기록물을 유출해선 안 된다. 이를 어길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대통령기록물은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해 청와대 등 관련 기관이 생산·접수해 보유하고 있는 기록물 및 물품을 말한다.
◇靑 "연설문 유출 이해 안 돼"
도덕적 측면에서도 이번 사태는 정권의 권위에 적잖은 상처를 남길 전망이다. 대통령이 국가기밀이 담긴 연설문을 직무과 전혀 관련 없는 사인에게 사전 제공하고 검토 받았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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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전날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야심차게 제기한 개헌론이 이번 사태로 동력을 상실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최근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사상 최저치인 20%대 중반으로 급락한 가운데 이번 사태가 국정운영에 추가 악재로 작용할지 여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의 증언이 사실상 거짓으로 판명 났다는 점도 청와대로선 부담이다.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21일 국회 운영위원회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최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치는 것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믿을 사람이 있겠느냐"며 "기사 처음 봤을 때 실소를 금치 못했다"고 답했다. 이어 "성립 자체가 안 되는 이야기"라며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가 어떻게 밖으로 회자되는지 개탄스럽다"고도 했다. 물론 지난 5월 비서실장으로 부임한 이 실장은 연설문 유출 당시 현직에 없었다.
청와대 참모들은 연설문이 최씨에게 사전 유출된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는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업무 특성상 네트워크를 내·외부망으로 분리해 2∼3중으로 자료의 외부 유출을 막고 있다는 점에서다. 연설문이 외부로 유출된 것이 사실일 경우 유출 경로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