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최근 엔화 강세 베팅을 청산하고 있는 헤지펀드 등은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전환과 웬만한 엔화 약세 흐름에도 흔들리지 않은 고집스러운 엔화 강세론자들이라고 지적했다. 엔화의 향방이 그만큼 불투명해졌다는 얘기다.
엔화 강세 베팅 계약 건수는 10월에 들어설 때만 해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WSJ는 이같은 반전이 엔화가 올해 투자자들을 얼마나 당혹스럽게 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엔/달러 환율 추이(단위: 엔)/그래프=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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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발 빠른 일부 헤지펀드는 엔화가 강세 조짐을 보이자 엔화 강세에 베팅했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연초 중국발 쇼크와 지난 6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 등으로 요동치자 엔화를 비롯한 안전자산 가치가 올랐다.
BOJ의 추가 통화완화 수단이 동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엔화 강세에 힘을 실어줬다. 덕분에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올 들어 16% 올랐다.
그러나 최근에는 강세 기조였던 엔화 값 향방이 다시 불투명해졌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 움직임에 따른 달러 강세 기대감이 엔화 약세를 자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투자자들의 안도감을 사면서 엔화의 안전자산 매력이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WSJ는 다만 엔화가 헤지펀드의 신뢰를 완전히 잃은 건 아니라고 했다. CFTC에 따르면 엔화 강세 베팅이 여전히 약세 베팅보다 많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엔화 값 향방에 대한 전망이 대체로 엇갈린다.
컨센서스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내년 1월 말 엔/달러 환율 전망치는 평균 102.5엔으로 조사시점인 지난 10일의 103.6엔과 별 차이가 없었다. 다만 조사에 참여한 금융권 78개사의 개별 전망치는 격차가 컸다. 도이체방크는 94엔, 소시에테제네랄은 110엔을 제시했다.
미툴 코테차 바클레이스 아시아 왼환 전략 책임자는 BOJ가 지난달 단기국채와 장기국채의 금리를 관리하는 내용의 새 통화정책틀을 선보인 게 엔화 약세를 더 부추길 것으로 봤다. 새 통화정책은 10년 만기 국채 금리를 0%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게 골자다.
BOJ가 장·단기 금리 관리 카드를 꺼내 든 것은 그간의 대규모 양적완화와 올 초 도입한 마이너스 기준금리로 단기금리와 장기금리의 차이가 크게 줄어 수익률 곡선(yield curve)이 평평해진 탓이다. 이렇게 되면 단기로 빌린 돈을 장기로 대출해주는 은행의 수익성이 나빠져 경기부양에 절실한 대출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BOJ가 단기금리를 따라 마이너스로 떨어진 장기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수익률 곡선이 다시 가팔라져 반전을 기대할 수 있다.
코테차는 BOJ가 새 통화정책틀로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은행권의 불만을 해소했다며 이는 추가 금리인하 여지를 마련한 셈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