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우리도 삼성 협력사인데"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2016.10.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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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대한민국에서 세금 꼬박 꼬박내고, 고용도 창출하고 있는데….“

한 외국계 중소 부품업체의 한국법인 A사 관계자는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A사는 지난 3년간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에 모바일 부품을 공급하는 2차 협력사에 부품을 납품해왔다. 지난해 거래규모는 약 70억원이었다.

지난 10일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의 판매 중단을 발표했다. A사는 이날 오후에야 납품 중단 및 향후 발주계획을 잠정적으로 취소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협력사로부터 통보받았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 17일 삼성전자는 판매 중단 선언 일주일만에 1차 협력사의 원부자재까지 전액보상하고, 이를 통해 2차, 3차 협력사까지 보상이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협력사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공급망관리(SCM)에 등록되지 않은 A사 입장에서는 거래를 하는 2차 협력사의 선처만을 기다려야하는 상황이다. 당장 내년 4월까지 공급을 예상하고 확보한 30억원 가량의 원자재를 쌓아둔 A사는 당장 자국책을 마련하기도 유동성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아 속을 태우고 있다.



그나마 A사는 정부가 삼성과 거래하는 중소 협력업체들을 위한 지원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소식에 한가닥 기대를 걸었다. 관세청은 중소 협력업체에 세금납부기한을 연장해주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해 미래창조과학부 등 관계부처는 합동 회의를 열기도 했다. 정부 차원의 종합지원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는 소식도 들렸다.

도움을 받기 위해 여러 정부부처에 문의를 해봤지만, A사는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기 어렵다는 대답을 들었다. 삼성전자의 협력사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고,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있고, 대표이사를 포함해 13명의 직원도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외국계 기업이라는 사실 때문이라고 한다.

A사 관계자는 "중소기업 인증을 받아 영업을 영위해왔다. 단지 외국기업의 국내 법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면 너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국내에서 세금을 내고,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이 바로 대한민국 기업이라는 개념이 널리 퍼진지 오래전이다. A사가 문을 닫으면 당장 대한민국 국민 13명이 일자리를 잃는다. A사는 외국기업인가 한국기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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