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13년 뜸들인 '미국 사업' 본격 키울까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16.10.24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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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의존도 높은 비정상적인 해외사업 포트폴리오 개선…내년 이니스프리 매장 오픈, 사업 확장 승부수

미국 뉴욕 맨해튼 59번가 블루밍데일즈 백화점에 입점한 '아모레퍼시픽' 매장 /사진=머니투데이 DB미국 뉴욕 맨해튼 59번가 블루밍데일즈 백화점에 입점한 '아모레퍼시픽' 매장 /사진=머니투데이 DB


아모레퍼시픽 (169,500원 ▲13,600 +8.72%)이 미국 사업 확대에 나서는 것은 중화권 등 아시아 시장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해외사업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해외사업 매출은 매년 고성장세를 지속해 왔지만 80% 이상이 중국에 집중된 비정상정인 구조였다.

아모레퍼시픽이 내년 '이니스프리'를 미국에 선보이며 2014년 '라네즈'와 '아닉구딸'에 이어 3년만에 신규 브랜드 사업에 나서는 것은 글로벌 최대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전략도 담겨있다. 이니스프리의 경우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등과 달리 기존 미국 진출 브랜드에 비해 젊은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대중화 전략이 가능해 매출 규모를 단기간 끌어올리는데 적합하다는 평가다.



아모레퍼시픽, 13년 뜸들인 '미국 사업' 본격 키울까
◇13년간 뜸들인 시장…"이젠 키울 때 됐다"=
국내 1위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에게도 미국은 쉽지 않은 시장이다. 2003년 진출해 올해로 미국에서 13년째 사업을 지속하고 있지만 자랑할 만한 실적은 아니다. 아모레퍼시픽의 미주시장 매출액은 진출 10년만인 2012년 180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 235억원, 2014년 349억원, 2015년 495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500억원을 밑도는 수준이다. 심지어 2013년까지는 줄곧 영업적자를 냈다.

지난해 매출액 5조6600억원, 영업이익 9100억원대 회사로 성장했고 이 중 중국 매출이 7000억~8000억원에 달한다는 점에 비춰 볼 때 미주사업 실적은 형편없는 셈이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은 2014년 미국 사업을 시자한 지 처음으로 이익을 냈고 최근 2~3년간 30~40% 매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미주시장 실적은 중국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선진 시장에서 거둔 값진 성과"라며 "교포나 동양인 고객을 상대로 단기 매출을 올리는데 급급하지 않고 미국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주류 시장의 고급 유통채널을 뚫어서 얻은 실적인 만큼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모레가 미국에서 수년째 성장을 지속한 것은 기존 브랜드들이 바닥을 확실히 다졌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며 "신규 브랜드를 공격적으로 확장해도 무리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미주사업 강화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귀띔했다.

아모레퍼시픽, 13년 뜸들인 '미국 사업' 본격 키울까
◇"이니스프리, 신의 한 수 될까"…업계 촉각=
아모레퍼시픽이 미국 사업을 강화할 무기로 이니스프리를 정한 것은 최선의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아모레퍼시픽과 설화수는 고급 백화점을 중심으로 유통하는 브랜드여서 매장을 볼륨화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13년전 미주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한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캐나다 매장까지 합쳐 300개가 겨우 넘고, 설화수는 진출한 지 6년이 지나도록 미주 매장이 8곳 뿐이다.

대형마트와 편집숍에서 판매하는 라네즈의 경우 브랜드 정체성이나 인지도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이니스프리는 2012년 중국에 진출한 지 4년만에 매장을 270개로 늘렸다. 주요 쇼핑몰과 핵심상권에 단독 매장을 여는 만큼 브랜드 홍보와 마케팅 면에서도 유리하다는 풀이다.


제주도 해수·녹차 등 청정 원료로 만든 화장품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브랜드 역사와 정체성을 중요시하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통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K뷰티 열기가 뜨겁다지만 미국·유럽 등 선진시장 실적은 다소 저조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니스프리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 지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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