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철'과 '만원버스'는 어떻게 시작됐나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2016.10.22 07:00
글자크기

[따끈따끈 새책] 이언 게이틀리 '출퇴근의 역사'

'지옥철'과 '만원버스'는 어떻게 시작됐나


매일 아침저녁으로 '지옥철'과 '만원버스'에 시달린다. 혹은 꽉 막힌 도로 위에서 하루의 일정 시간을 고스란히 헌납한다. 오늘날 전 세게 5억명이 넘는 직장인들의 일상이다. 현대사회에서 출퇴근 시간은 곧 '삶의 질'과 직결되는 요소 중 하나기도 하다. 매일 통과의례처럼 반복되지만 '버리는 시간'으로만 간주되던 '출퇴근'을 사회문화사적인 관점에서 풀어낸 독특한 책이 출간됐다. 이언 게이틀리의 '출퇴근의 역사'다.

'출퇴근'의 역사는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산업혁명과 철도의 발달로 일터와 집이 분리되면서 '통근'이란 현상이 처음 탄생했다. 그로 인해 도시 주변에 '교외'지역이 발전하고 자가용, 자전거, 지하철 등 다양한 교통수단이 생겨났다.



19세기 영국 대도시 시민들은 집과 일터를 분리해 건강한 곳에 살면서 수익이 많은 곳에서 일하고 싶어했다. 1830년대 영국에서 본격화된 철도의 발전은 이 분리를 가속화한다. 전에는 평생에 두 번 런던에 가기만 해도 운이 좋다고 여겼으나 이제는 수십여킬로미터 떨어진 런던 중심가까지 하루에 두 번 오갈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대적 의미의 출퇴근이 시작된 순간이다.

당시만 해도 '파격적인 행위'던 출퇴근은 20세기로 들어와 일상으로 자리 잡는다. 현대인들은 이동의 자유와 함께 원하는 곳에서 살거나 일할 자유를 얻었지만 대신 대중교통의 과밀화와 도로정체라는 부작용도 같이 얻었다. 1960년대 일본의 열차 운영업체들은 '미는 사람'(오시야)을 고용해 통근자들을 열차 안에 밀어 넣었다. 현재 대한민국 출근 지하철의 모습이기도 하다.



늘어난 교통체증은 '노상 분노'(road rage)라는 현상을 만들어냈다 '간헐적 분노폭발 장애'인 이 현상은 1990년대 들어 급격히 늘어났고 희생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1994년 배우 잭 니콜슨은 상대 운전자가 자기 앞에 끼어들었다는 이유로 메르세데스 차량 앞유리를 골프채로 때려 부수기도 했다. 일부 행동과학자들은 이 현상이 단순히 스트레스로 인해 야기된 것만이 아니라 "도로 정체로 서로의 꽁무니를 바라보는 상황에서 '비대칭적 의사소통'이 원초적인 분노를 촉발한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책은 출퇴근의 과거와 현재를 넘어 미래의 통근 양상까지 내다본다. IT기술 발달로 원격, 재택 근무가 일상화되면서 '통근'자체가 시대착오적이고 쓸모없는 행위로 간주될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저자는 "우리가 집에 불을 피울 땔감을 구해오는 여정에 쓰는 기간을 결코 낭비나 헛수고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통근이 쉽사리 없어질 것 같지 않다고 전망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도 켜켜이 쌓이면 인류의 역사가 된다. '출퇴근'이라는 표제어를 다룬 한 편의 백과사전과 같은 책이다.


◇출퇴근의 역사=이언 게이틀리 지음. 박중서 옮김. 책세상 펴냄. 442쪽/1만9800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