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만 500명' 한미약품 정보통제 구조적 한계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16.10.19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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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제조업과 달리 수백명 연구개발 인력이 실시간으로 개발 및 기술수출 정보 공유해

'연구원만 500명' 한미약품 정보통제 구조적 한계


내부자거래 의혹이 '연구개발 명가' 한미약품 (319,500원 ▲3,000 +0.95%)을 옭매는 올가미로 작용하고 있다. 제약사의 핵심 인재인 연구개발 인력 수백 명이 내부자거래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노출된 것이다.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전날 한미약품을 압수수색 했다. 늑장 공시와 내부자거래 의혹의 고리를 파헤치기 위해서다. 금융위원회는 다수 임직원의 휴대폰을 검찰에 넘겼다.



재계는 사상 최대 인원이 내부자 거래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제넨텍으로의 1조원 기술수출이나 베링거인겔하임의 폐암 치료제 올무티닙 계약 해지 같은 고급정보를 사전에 접한 한미약품 임직원이 수백 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는 산업 특성과 연관이 있다. 제약·바이오 기업은 연구조직을 통해 신약 후보물질을 찾아낸다. 전임상을 거쳐 인간 임상 전 과정을 연구조직이 주도한다. 이렇게 도출된 후보물질을 이용한 신약기술을 개발조직이 다국적 제약사에 판매한다.



제약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기술수출 과정에서 연구조직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그러나 한미약품의 경우는 연구개발본부의 역할이 컸다.

직접적인 협상은 해외사업팀이 주도했지만 연구개발본부 역할도 그에 못지 않았다. 베링거인겔하임과의 임상 과정은 연구개발본부가 핵심적 역할을 했다. 한미약품의 연구개발 인력은 500여명에 이른다. 제약사 중 최다 인원이다.

올무티닙 임상 중 환자 사망과 신약 시장성에 대한 베링거인겔하임의 비관적 견해는 연구개발본부에 실시간으로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무티닙이 한미약품의 핵심 신약 중 하나였다는 점에서 연구개발 직원들 상당 수가 이를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 올무티닙의 글로벌 임상을 지켜본 DMC(임상시험 관리기구)를 포함해 베링거인겔하임과 실시간으로 임상 정보를 주고 받던 사람도 연구개발 소속 연구원이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술수출을 담당하는 비즈니스 조직이 거래 상대로부터 가장 먼저 정보를 얻게 되면 신약 분석을 위해 즉시 연구 쪽에 정보를 전달한다"며 "한미약품의 경우 연구개발본부가 글로벌 임상 내용을 실시간으로 공유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베링거인겔하임의 동향을 빨리 알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업의 이 같은 구조는 대규모 수출 정보를 경영진과 마케팅 등 소수만 공유하는 일반 제조업과 차이가 있다.

말단 직원에서부터 최고위 임원까지 수백 명이 동시다발적으로 호재와 악재를 사전에 파악하는 상황에서 제약업계의 내부자거래를 완벽히 통제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업계 견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해외사업팀이 기술수출을 주도하지만 파트너사와 글로벌 임상은 연구개발 인력들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며 "지난해 주가 급등 경험이 있어 정보 보완에 특별히 신경을 써왔다"고 말했다.

한미약품 등 제약업계 임직원의 주식투자를 제한할 수도 없다. 헌법상 재산권 침해 소지가 높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은 다만 단기매매 차익 반환과 형사적 처벌 조항을 언급하는 것으로 행위 규제를 하고 있다.

관련 법을 보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이익 또는 손실회피를 할 경우 10년 이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 부정 이익이나 손실회피액의 3배가 5억원을 초과해도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부정하게 번 돈 전액을 몰취하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건 한계다.

전문가들은 임직원 교육을 강화하고 처벌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승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법원을 거치지 않고도 SEC(증권거래위원회)가 내부자거래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미국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벌금액이 부정이익에 못 미치는 현행 제도의 맹점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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