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갤럭시노트7', 삼성 4분기 실적 '비상'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오정은 기자, 서진욱 기자 2016.10.1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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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갤럭시노트7', 삼성 4분기 실적 '비상'


삼성 ‘갤럭시노트7’(이하 갤노트7)이 단종된다. 출시 초기 쏟아진 호평에 최고의 기대작으로까지 주목을 받던 ‘갤노트7’이 두 달 만에 링에서 퇴장한 이유는 뭘까. 업계 전문가들은 애플과의 경쟁을 너무 의식한 ‘조급증’을 결정적인 패착으로 꼽고 있다.

◇시장선점 위한 개발속도전 화근, 설계상 오류 가능성도



미국 소비자안전위원회(CPSC)를 비롯해 각국 관계기관의 공식 조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은 가운데 아직 발화 원인을 예단하긴 쉽지 않다. 우선 배터리 발화 사태 당시 삼성전자의 초기 대응이 성급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일 ‘갤노트7’ 리콜을 발표하면서 발화 이유로 배터리 셀 공정의 문제라고 밝혔다. 하지만 새로운 배터리를 채용한 교환품 역시 발화 논란이 이어졌고 사태는 걷잡을 수없이 확산됐다. 애초 발화 원인을 잘못 짚었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과충전이나 과방전을 막기 위한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BMS)의 오작동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BMS가 오작동해서 내부에 쌓인 뜨거운 열이 배터리 분리막을 쪼그라뜨렸을 수도 있다는 것.

방수·방진 기능으로 외부 충격에는 강하지만 정작 내부에 누적된 열을 제 때 순환시키지 못하는 설계상의 결함 가능성도 거론된다. 홍채인식 기능과 고속 충전 등 새로운 하드웨어가 달라지고 고성능 소프트웨어가 추가돼 배터리 소모량이 많아진 가운데 배터리 용량에 대한 기대치를 맞추고 두께는 얇게 하려다 보니 무리수가 생겼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현 상황에선 발화 원인을 한가지로 정의할 수 없다”며 “삼성전자 IM(IT모바일) 사업부의 전반적 분위기와 BMS 오작동, 방수·방진 설계 등 각종 변수까지 모두 고려하면 경우의 수가 많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근본적으로 경쟁사를 의식한 조기 출시 전략에 몰두해 개발을 서두른 게 화근이 됐다는 관측이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갤노트7 출시 당시 삼성은 뭔지 모르게 다소 조급해 보였다. 삼성의 최대 강점인 스피드를 더욱 강화한 것이었지만 협력사들의 기초체력과 스피드를 동반해서 키우지 않고 독주한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4Q 영업이익 2.6조 감소 우려…‘신뢰회복’ 급선무

‘갤노트7’이 단종되면서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삼성전자는 3분기 잠정 실적에 리콜 비용을 대부분 반영했다지만, 환불 및 교환 프로그램 등 추가 리콜비용, 시장 기회비용까지 감안하면 수조원대의 손실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국내외 통신사들과 갤노트7 단종 조치에 따른 대책을 논의 중이다.

노무라증권은 최악의 경우 삼성전자의 4분기 IM부문 영업이익이 당초 예상보다 2조6000억원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당초 예상치인 3조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급감할 수 있다는 것.

이번 조치로 삼성전자의 IM(IT모바일) 부문에 미치는 악영향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당장의 브랜드 신뢰도 하락도 뼈아프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제품개발과 품질관리, 부품공급망 등 그간 숨 가쁘게 달리며 놓친 내부 시스템을 보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제품 결함 여부 판단 이전에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시한 조치였다는 점에서 신뢰를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CPSC의 2차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단종 조치를 내린 것은 갤럭시노트7 판매 재개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소비자들 불안을 해소하는데 우선 초점을 맞춘 결정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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