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마음이 더욱 절실한 시절"

더리더 박광수 기자 2016.10.0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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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포커스] 안심정사 법안 스님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마음이 더욱 절실한 시절"


하루아침에 높아진 하늘이 ‘사색의 계절’ 가을이 왔음을 알려준다. 이번 여름의 무더위는 기록적이기도 했지만 계절의 변화는 더욱 드라마틱했다. 하루 사이에 계절이 바뀐 것이다. 잠들 때는 여름이었는데 눈뜨니 가을이다. 천지를 하루아침에 이렇게 바꿔놓을 수 있는 것이 자연 말고 무엇이 있을 수 있겠는가? 계절이 바뀔 때처럼 자연은 무슨 일을 할 때 마치 아무것도 ‘안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자연이 곧 ‘스스로 그러한 것’이기에 ‘무엇을 한다.’는 요란 피움이 전혀 없었음에도 어느 순간 보면 제할 일을 다 해 놓는 것이다. 자연이 하는 일처럼 이 시대에 가장 고통 받고 힘들어 하는 이들에게 안심입명(安心立命)을 주기 위해 ‘보살의 길’을 실천하는 법안(法眼) 스님을 8월 닮은 9월 끝자락에 만났다.



불교철학에서 윤회사상의 핵심이 되는 ‘업(業)’과 ‘과(果)’는 불자가 아닌 일반인의 삶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개념이다. 불가에서의 인과응보(因果應報)는 그것이 금생에 받는 ‘현보’, 내생에 받는 ‘생보’, 차생을 넘어 미래에 받는 ‘후보’의 삼보로 나눠진다. 인과응보는 무엇이든 간에 여하튼 착한 것이나 나쁜 것을 ‘주고받는’ 것이다. 부정청탁금지법의 시행을 앞두고 온 나라가 시끌벅적한 요즘 ‘주는 업(業)’만으로 보살도를 행하고 있는 스님을 통해 불교적 시각으로 ‘주고받는’ 한국사회를 들여다본다.

본인에 대한 소개를 해주신다면?
1984년 고려대 정경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일화스님을 은사로 득도 수계하고 1991 안심정사를 창건했다. 헌신적인 교정과 포교활동으로 2004년 국무총리상을 수상했고 2015년 국민포창을 수상했다. 내가 이룬 일들은 ‘부지런함’ 때문이다. ‘부지런함’이 모든 일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고 나에게 힘과 용기를 내어준다.



스님의 세속적인 명성, 각종 수상과 포상 등은 스님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불교에서는 “중 벼슬은 닭 벼슬만 못하다”고 했다. 이 말씀처럼 세속적인 명성이나 지위 등은 제가 원치 않는 것들이다. ‘게송’에도 이런 말씀이 있다. “부처님을 머리에 이고 겁의 세월 지나고 몸으로는 자리 되어 삼천세계 두루 해도 법을 전하여 중생제도 않는다면 끝내 부처님의 은혜 갚을 길이 없으리라.” 우리가 불교를 배우고 익히고 수행하는 목적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 고통 받고 힘들어 하는 모든 이들에게 안심입명을 주기 위함이다. 그래서 올바른 방편을 최대한 동원해 그들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그것을 불교에서는 ‘보살도(菩薩道)’라고 한다. ‘보살이 살아가는 길’이라는 뜻이다. 보살은 위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배우고 그 가운데로는 고승대덕(高僧大德)의 올바른 법을 이어받아 전승 발전시키는 것이고 아래로는 고통 받는 중생들을 도와서 괴로움을 즐거움으로 악함을 선함으로 어리석음을 지혜로 돌리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목표는 이 시대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게 그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마음이 더욱 절실한 시절"

석존의 일대기를 만화로 엮어 보급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계시다. 이외에 어떤 일들을 하셨는지?
1998년 불교계에서 최초로 그룹사운드를 만들어서 군부대와 청소년 포교를 시작했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논산의 작은 절에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그만두었지만 지금도 아쉬움이 남는 포교활동이었다. 이처럼 다양한 포교전법 수단이 필요하다. 다른 나라에서는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한국만 시도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불교에 접근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만화 붇다’는 아주 중요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대만불교계에서는 애니메이션으로 포교에 나서도 있는데 상당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분들의 도움도 받아서라도 한국에서도 같은 포교매체를 준비하려고 한다. 아울러 어느 정도 여건이 되면 지장왕 보살 김교각 스님에 대한 드라마도 제작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시대에 맞지 않는 포교 교화방법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 시대의 모든 이들의 의식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전근대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방법은 당연히 도태될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방법을 시도하고 성공모델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그런 부분에서는 스마트폰용 설법 앱이 계발되어 보급되고 많은 불자들이 그 혜택을 누리고 있다.

교도소와 관련된 활동이 많은데?
자유로움을 잃고 갇혀있는 사람은 자유롭게 사는 사람보다 많은 것을 더 선명하게 본다. 그런 사람은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뭔지 퍼뜩 깨달을 때가 많다. 수감되어 형을 살고 있는 이들이 그렇다. 이들이 부처의 말씀과 접하게 되면 일반인보다 몇 배나 크고 빠른 통찰력을 보인다. 대부분 목구멍에 풀칠하기 위해 살다가 크고 작은 죄를 범해 갇혀 살게 되지만 이들의 삶도 온 우주와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아픈 곳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이다.


현재 포교나 신자(信者) 서비스용으로 활동하고 계시는 스님의 개인적인 SNS 활동과 종단차원의 인터넷 활용현황, 앞으로 IT활용에 대한 희망이나 계획은?
현재 안심정사에서 출간한 경전과 불교자료는 인터넷 서점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종이책은 출판비용이 있으므로 실비 수준에서 판매하고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해 많은 사람들이 접근하기 쉽도록 했다. 앞으로 ‘만화 붇다’도 같은 맥락에서 저비용으로 모든 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인도에서 10여년에 걸쳐 만들어진 ‘드라마 붇다’처럼 ‘만화 붇다’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번 ‘만화 붇다’에서는 영문을 함께 넣었는데 앞으로는 중문판도 제작해 중국권 불교계에도 보급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의 고견을 들어 최대한 많이 보급되도록 할 계획이다.

스님께서 두루 살펴보신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의 불교 현황과 우리나라 현 불교계의 모습은?
한국 불교는 ‘우물 안 개구리’다. 시대에 뒤떨어진 교화방법, 학문적 기초의 천박성, 무지에서 오는 오만이 현재 한국 불교의 대세다. 이런 불합리하고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는 상황을 반전시키는 것이 국제화 수준으로 가는 길이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국제적 수준의 교학체계이고 수행체계를 모든 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저는 그것이 이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게 되는 것이 현실사회의 이치이기 때문이다. 만약 수요가 있어도 거기에 맞는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종교는 사라질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불교교육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대만이나 일본, 중국, 오늘날 미국과 동남아시아 불교국가를 벤치마킹한다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불교중흥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마음이 더욱 절실한 시절"

어떻든 베푸는 ‘업’을 쌓고 계신다. 반대로 현재 우리 사회는 나쁜 의미의 ‘주고받는 행위’를 규제하는 법안이 화두다. 한 말씀 해주신다면?
불교에서는 ‘인과응보’가 중요한 모티브다. 과보(果報 : 인과응보의 준말)는 주는 것, 받는 것, 그리고 돌려주는 것을 말한다. 선물은 받는 사람이 있어야 선물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선물을 받은 사람은 언젠가는 그 선물을 준 사람에게 돌려줘야한다. 서로 유대감을 느끼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준 것이 언젠가는 나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신뢰감이 있다. 신뢰의 선물을 주고받고 돌려주며 개인 간의 유대를 형성하는 것이 살면서 ‘업’을 쌓는 일이다. 허나 현재의 한국사회는 선물을 주고받고 돌려주며 유대감을 형성하는 신뢰의 연결망으로서의 사회가 아니다. 권력이 있는 자가 더 큰 권력이 있는 자에게 주고 더 크고 더 많이 돌려받음으로서 약자에게 돌아갈 몫을 빼앗는 반사회적 구조다. 이 구조에서 벗어나려면 유대감이 없는 자들끼리 이익만을 위해 주고받는 행위가 금지되어야만 한다.

불교계 매체와 구별되는 머니투데이와 같은 미디어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보다 많은 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전국 규모의 매체를 이용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대의 고민을 함께 해결하는 방법은 이미 불교에 다 있다. 아울러 석가모니 부처님은 재가불자들의 경제문제에도 해법을 제시한 바 있다. 오늘날 미국을 중심으로 현대 경영에 많이 응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현대사회의 경제적 갈등문제도 쉽게 해결할 방책이 우리 불교에는 많이 있다. 그것을 지속적으로 경제계나 경제인들에게 쉽게 알게 할 수 있다면 매우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시대의 고뇌하는 이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바로 저희 출가 제자가 해야 할 시대적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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