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일부 IT공룡이 시장 독과점…IPO 씨말랐다"

머니투데이 이해인 기자 2016.10.0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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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렐리아 펀드 출범 간담회에 직접 참여…"아시아·미국 파트너 고민 중"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의장, 플뢰르 펠르랭 코렐리아 캐피탈 대표, 김상헌 네이버 대표, 앙투안 드레쉬 코렐리아 캐피탈 시니어 파트너./ 사진=네이버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의장, 플뢰르 펠르랭 코렐리아 캐피탈 대표, 김상헌 네이버 대표, 앙투안 드레쉬 코렐리아 캐피탈 시니어 파트너./ 사진=네이버


“글로벌 독점 기업들이 새로운 스타트업을 워낙 많이 사들인다. IPO(기업공개) 시장이 씨가 마르고 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30일 구글, 페이스북 등 일부기업들의 IT 시장 독과점화에 대해 이같이 우려했다. 이 의장은 “(거대 기업들과의 경쟁을 생각하면) 걱정 때문에 잠을 못 잘 정도”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 7월 라인 IPO 상장 당시 2년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던 이해진 의장이 2개월 만에 또다시 기자들 앞에 섰다. 이날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프랑스 코렐리아캐피탈과 함께 개최한 ‘K-펀드1’ 관련 간담회장에서다. 창업주로서 현재 그의 최대 관심사인 글로벌 사업 분야에서만큼은 언론에 직접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의지다.



전날 네이버와 라인은 각각 이사회를 열고 총 1억 유로(1234억원)를 코렐리아캐피탈의 ‘K-펀드 1’에 출자키로 결정했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으로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권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둔 이 의장이 유럽 시장 교두보 확보를 위해 전략 투자에 나선 것.

이 의장은 이 자리에서 “유럽 현지에 좋은 기술을 가진 많은 기업들이 있지만 시장의 투자 여력이 적어 어쩔 수 없이 미국으로 건너간다고 들었다”며 “이런 회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출자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유럽의 유수의 기업들이 미국으로 옮겨가거나 팔리고 있다. 이세돌과의 바둑 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 역시 영국에서 출발한 스타트업이었지만 구글에 인수됐다.



이 의장은 “이번 투자는 금전 수익을 위한 단순 투자가 아니라 전략적 사업 진출에 대한 고민이 녹아있다”고 강조했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기반으로 거대 IT기업들과 글로벌 시장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유럽의 우수 스타트업들을 우군으로 확보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유럽 스타트업 생태계에 네이버의 DNA를 심고 이를 기반으로 유럽 시장 공략에도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해진 "일부 IT공룡이 시장 독과점…IPO 씨말랐다"
코렐리아 캐피탈은 스타트업 지원과 문화 교류 측면에서 지난 1년 가까이 네이버와 손을 잡아왔던 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디지털경제장관(한국명 김종숙)이 설립한 회사다. 네이버가 참여한 ‘K-펀드1’으로 딥러닝 등 AI(인공지능)와 빅데이터, IoT(사물인터넷), 맵핑 등 첨단 분야에 집중 투자할 예정이다. 코렐리아 캐피탈은 앞으로 네이버와 유럽 스타트업을 잇는 가교 역할을 맡는다. 프랑스와 한국에 각각 사무실을 내고 인재들의 교류도 도울 방침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펠르랭 콜레리아 캐피탈 대표는 “유럽과 아시아 스타트업들은 서로의 시장을 꿈꾸지만 언어와 문화 장벽으로 쉽지 않다”며 “코렐리아 캐피탈은 이런 부분에 역점을 두고 투자를 진행해 5년 내 ‘유니콘’을 발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장은 “일본 시장도 10년에 걸쳐 성공을 이룬 만큼, 오늘 발표는 유럽시장 진출의 첫걸음이고 성과를 거두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유럽 뿐 아니라 아시아, 미국 사업과 파트너에 대한 고민 중이며, 향후 이에 대해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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