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 '에잇세컨즈'로 대륙 노크…중국사업 날개달까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16.09.30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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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상하이에 플래그십 스토어 첫 선…패션사업 경영 전면 나선 후 첫 시험대

(위)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사진=뉴시스(위)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사진=뉴시스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SPA(제조·유통 일괄화) 의류 브랜드 '에잇세컨즈'를 중국 시장에 내놓고 해외사업에 드라이브를 건다. 지난해 삼성그룹 패션사업 총괄로 나선 이후 가장 공들여 온 역점 사업으로 중국에서 안착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오는 30일 중국 상하이 패션 중심가인 화이하이루에 총 면적 3630㎡(1100평) 규모의 에잇세컨즈 플래그십 스토어(브랜드 대표매장)를 연다고 29일 밝혔다. 2012년 중국에 빈폴아웃도어를 선보인 지 4년 만에 추진하는 신규 브랜드 사업이다.



◇론칭부터 대륙 진출까지…글로벌 브랜드와 정면승부=에잇세컨즈는 2012년 브랜드 론칭 단계부터 제품 디자인, 매장 콘셉트까지 이 사장이 특별 관리한 야심작이다. 론칭 4년 만인 지난해 매출액 1500억원을 넘어섰고 올해는 17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매장 수는 30여 개다.

에잇세컨즈 중국 진출은 삼성물산은 물론 국내 패션업계가 주목하는 프로젝트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인 '8'을 토대로 브랜드를 만들 정도로 사업 초기부터 중국 진출을 염두에 뒀다.



실제 에잇세컨즈 중국 사업 성패에 이 사장의 경영 평가가 달려 있는 만큼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전사적으로 이 사업에 매달려 왔다. 최근에는 에잇세컨즈 중국 사업 지원을 위해 조직까지 개편했을 정도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이랜드 등 경쟁사와 달리 현지 파트너사와의 협업보다는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을 택했다. 대신 에잇세컨즈 의류뿐 아니라 △화장품 △액세서리 △캐릭터 △문구 △식음료 등 7개 분야 국내 브랜드를 '숍인숍' 형태로 입점시켜 한류 스타일을 선도한다는 전략이다.

롯데백화점 등 대형 유통사가 해외 매장에 국내 중소기업 브랜드와 동반 진출한 적은 있지만 패션 기업이 자체 브랜드 매장에 다른 업체 제품을 들여 놓는 것은 흔치 않은 사례다.


상하이 에잇세컨즈 매장 주변에는 자라, H&M, 유니클로 등 글로벌 SPA를 비롯해 명품·스포츠 등 브랜드 매장이 밀집해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에잇세컨즈는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로 키울 계획"이라며 "특히 중국 소비자를 위해 입지 선정부터 상품 개발, 운영 전략까지 다각도로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진한 중국 사업, 에잇세컨즈로 날개 달까=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제일모직 시절인 1998년 스포츠 브랜드 '라피도'로 중국에 진출했다. 이후 2005년 '빈폴', 2010년 '엠비오', 2012년 '빈폴아웃도어' 등을 잇따라 론칭했다. 에잇세컨즈는 중국 오프라인 유통시장에 내놓는 5번째 브랜드인 셈이다.

중국 사업을 본격화하려고 2002년 상하이에 중국 법인을 설립했고 2011년에는 베이징과 청두에 사무소도 열었다. 현재 중국 현지 직원 수는 300명이다.

이서현 '에잇세컨즈'로 대륙 노크…중국사업 날개달까
라피도는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지만 중국에서는 꽤 잘 알려진 브랜드로 현지에서 117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빈폴 매장은 188개, 엠비오는 21개 매장이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물산 패션부문 중국 매출은 1700억원으로 전체 매출 1조7400억원의 10% 수준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중국에 진출한 지 20년 가까이 됐지만 이랜드 등에 비해 실적은 미미한 상황이다. 엠비오의 경우 내년 봄 사업을 접는 만큼 중국 매장도 철수할 것으로 보인다.

에잇세컨즈 진출이 삼성물산 중국 사업의 전환점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에잇세컨즈가 단기간 성장하긴 했지만 삼성의 전폭적인 지원에 비해서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도 있기 때문이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상하이에 여는 플래그십 스토어는 에잇세컨즈 중국 공략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이서현 사장의 능력이 판가름나는 사업인 만큼 업계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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