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사태 이후 출현한 최초의 '부채 세대' 이야기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16.10.01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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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공부↑ 빚↑ 가난↑

IMF 사태 이후 출현한 최초의 '부채 세대' 이야기


"천주희 귀하. 귀하께서 대학(교) 재학 시 한국장학재단(구 학술진흥재단)으로부터 대출한 학자금의 상환 납부액이 아래와 같이 발생하였음을 알려드리오니 기일내에 반드시 납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장기연체(연체 10개월 이상) 시 신용유의자로 등록되어 금융거래상 불이익 발생 (...) 귀하의 납부금은 향후 후배들을 위하여 학자금융자 재원으로 사용됩니다."

신간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 천주희에게 우편함으로 날아든 편지 한 통의 내용이다.



공부로 진 빚을 빨리 갚으란 얘기다. 그는 지난 10년 간 대학(원)생으로 지불한 등록금이 약 5000만 원이다. 이 가운데 2200만원은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그 자신이 학생 채무자인 저자는 ‘부채 연구자’로 한국의 청년 부채 문제를 탐구했다. 그는 자신처럼 대학 시절부터 빚쟁이가 된 청년들을 인터뷰했다. 그 결과 이 땅에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부채 세대’가 출현했다고 규정했다. 졸업과 동시에 수천만 원의 빚을 진 채 ‘취준생’(취업준비생의 약자)으로 사는 대학생들에게 연애는 물론 취업이나 꿈마저 먼 얘기일 뿐이다.



저자는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신학력주의와 '부채 권하는 사회'의 대차대조표를 섬세하게 파헤친다. 저자는 ‘부채 세대’가 1990년대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이후 더욱 공고해진 학력주의와 등록금을 천정부지로 뛰게 한 대학 자율화 분위기가 결합한 결과물로 봤다.

문제는 저성장 사회에서 공부가 더는 삶을 변화시킬 수단이 못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같은 환경에서 청년들이 처한 삶은 저성장 수준이 아니라 '반비례'에 가깝다고 봤다. 공부를 할수록, 일을 할수록 가난해진다는 것.

저자는 학생 부채는 단순히 개인이나 집이 가난해서 지는 게 아니라고 했다. 한국 사회는 20~30대들에게 '대학밖에 길이 없다'는 강요를 하고, '빚을 내서라도 대학에 가야 한다'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대학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대학만이 살길이라고 가르치던 학교, 부모, 주변인 등의 평가가 청년을 채무자로 몬 것은 아닌지도 꼬집었다.


책은 청년 빈곤과 채무에 관한 보고서다. 오늘도 '추심'으로 불안에 시달리는 '채무자가 된 청춘'의 심리도 탁월하게 포착한 글이다.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천주희 지음. 사이행성 펴냄. 288쪽/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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