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에 ‘눈치’보는 공연계…교수 독주회는 어쩌나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2016.09.28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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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발효]제작비 높은 클래식 공연 타격 우려…"내년부터 기업 후원 규모 축소될 것"

28일 '김영란법' 시행으로 기업 후원 규모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클래식 공연이 타격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사진=이기범 기자28일 '김영란법' 시행으로 기업 후원 규모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클래식 공연이 타격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사진=이기범 기자


28일 시행되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과 관련 공연계는 일단 “두고 보자”는 의견이 다수지만, 영세 단체나 개인 독주회를 여는 교수진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27일 업계 관계자는 “큰 단체보다는 개인 독주회를 여는 교수님들이 더 강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교수님들이) 기업 후원을 받는 금액은 적지만 교원이기 때문에 그 돈을 받으면 안된다”며 “독주회 등이 개인의 경력도 되는데 대관료 등의 문제로 개최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각종 극단 대표 중에도 교수로 재직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개인이 직접 공연을 기획하는 경우 어려움이 있어 문화 산업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아직 법이 어떻게 적용될지 예측이 어려워 판례 등이 쌓이길 지켜본다는 입장이지만, 기획사나 제작사, 극장 등 공연 관계자들 모두 “눈치싸움만 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의 후원이나 협찬 규모는 내년부터 위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장 우려하는 쪽은 클래식, 발레, 오페라, 뮤지컬 등의 분야다. 상대적으로 티켓이 고가인 데다 클래식 공연의 경우 해외 오케스트라 초청료 및 대관료 등 제작비가 커 기업 후원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공연계에선 통상 기업이 후원할 경우 후원금액의 3분의 1에 상당하는 초대권을 지급하는 관행이 존재했다.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 이후 기업이 초대권을 증정할 수 있는 초청 고객의 범위가 축소되다 보니 후원 동기가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립오페라단 관계자는 “일단 후원회원들은 가입 약정에 명시된 대로 그대로 진행한다. 지난해 미리 약정했던 기업협찬 공연도 그대로 진행한다”면서도 “내년 이후 기업협찬이나 후원은 약간 위축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후원금 축소 우려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민간단체나 독주회를 개최하는 연주자들일수록 더하다. 한 민간공연단체 관계자는 “기업 후원이 없으면 민간단체는 진짜 살기 힘들다”며 “기업 후원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을 고민하고 있지만, 시행령 개정 등이 논의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전했다.

'문화접대비' 캠페인 홍보물/사진제공=(사)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문화접대비' 캠페인 홍보물/사진제공=(사)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문화접대비’ 장려 정책과 충돌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문화접대비’는 기업이 거래처 등에 연극, 뮤지컬, 오페라, 전시회, 운동경기 등 문화비로 지출한 접대비를 가리킨다.

올해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기업 복리후생비 법인세 손금항목에 ‘직장 문화·예술비’를 명문화하고 문화접대비 전액에 대해 접대비 한도액의 20%를 추가 손비로 인정한다. 음주, 유흥 등 향응성 접대를 하는 대신 세제 혜택을 통해 건전한 접대 문화를 조성하고 문화소비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공연장과 결연을 맺어 지속적으로 후원할 수 있고 공연에 거래처 분들을 초청해 문화접대를 진행할 수 있다”, “공연단체와 연간 티켓 구매 지원 협약을 맺고 핵심고객을 정기적으로 초청해 공연을 선물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김영란법 시행으로 기업의 후원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의 문화예술계 후원을 연결하는 한국메세나협회 관계자는 “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기업 측에서) 예술인 발굴 육성, 오케스트라 후원 등 메세나 활동까지 당장 접겠다는 움직임은 아직 포착되지 않는다”면서도 “예민하고 조심스러운 분위기는 감지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문화소비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한 연구사업을 진행 중이고 연말쯤 그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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