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대 복수·공동학위과정 알고보니 빈 껍데기

뉴스1 제공 2016.09.2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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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훈 의원, 74개 대학 중 12곳 학위수여·수료실적 없어

(서울=뉴스1) 김현정 기자 =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뉴스1 © News1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뉴스1 © News1


#서울의 유명 사립대학인 A대학은 미국, 일본, 중국, 프랑스, 호주 등 15개 외국대학과 15개의 복수·공동학위과정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A대학 학생들 중 공동·복수학위를 취득한 경우는 4개 과정 22명에 불과했다. 15개 외국대학 학생들이 A대학과의 공동·복수학위를 취득한 경우는 3개 과정 6명밖에 되지 않았다.

#지방의 지역거점대학인 B대학은 미국, 몽골, 중국, 이탈리아 등 16개 외국대학과 19개 복수·공동학위과정을 설치했다. 하지만 B대학 학생들이 실제로 학위를 취득한 과정은 7개에 불과했다. 외국대학 학생들 중에서는 겨우 1개 과정을 이용하는 것에 그쳤다.



외국대학과의 복수·공동학위과정을 내세워 대학들이 홍보를 하지만 상당수 학위과정은 껍데기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외국대학 복수·공동학위과정 설치·운영 현황'에 따르면 국내 74개 대학은 외국대학과 복수·공동학위 운영 협약을 맺고 288개 과정을 설치했다.



하지만 288개 과정 중 절반에 가까운 141개(49%) 과정은 국내 대학 학생들이 실제로 복수·공동학위를 수여받거나 수료조차 한 적이 단 한번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약을 맺은 외국대학 소속 학생들의 활용률은 더욱 떨어졌다. 외국대학 소속 학생들 중 해당 복수·공동학위를 수여받거나 과정을 수료받은 자가 한 명도 없는 과정이 무려 210개(72.9%)에 이르렀다.

특히 74개 대학 중 12개 대학은 외국대학과 복수·공동학위를 설치해놓고도 국내학생·외국학생의 학위취득과 수료 실적이 전무했다. 16%의 복수·공동학위과정은 국내에서도 외국대학에서도 이용한 학생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이다.


외국대학 복수·공동학위과정 설치 현황(오영훈 의원실 제공)© News1외국대학 복수·공동학위과정 설치 현황(오영훈 의원실 제공)© News1
이러한 결과는 복수·공동학위가 설치된 이후 대부분 오랜기간 방치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74개 대학이 설치한 복수·공동학위 287개(상지대 제외) 중 설치 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는 12개(4.2%)에 그쳤다. 3년 이상 된 과정은 217개로 76%를 차지했다. 설치된 지 10년이 지난 과정도 38개(13.2%) 있었다.

오영훈 의원은 "국내 대학이 외국대학과 공동·복수학위를 설치만 해놓고 운영하지 않는 사례가 늘어날수록 국내 대학에 대한 외국대학의 신뢰가 떨어질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오 의원은 "각국의 고등교육 학위 제도에 관한 투명하고 공인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교육부는 올해 4천만원의 예산을 편성해 '국가학위인정 정보센터'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뒤늦은 대처와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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