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천리 달려온 대우조선 수사…'강만수 영장 기각'에 제동(종합)

뉴스1 제공 2016.09.2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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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혐의서 檢-강만수 주장 크게 엇갈려
검찰 "수긍하기 어렵다" 반발…재청구 검토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

강만수 전 산업은행(71).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강만수 전 산업은행(71).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대우조선해양 비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처음으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받았다. 지난 6월 대대적 압수수색 이후 일사천리로 달려왔던 특수단도 이번 법원 결정으로 수사에 차질을 빚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판사는 24일 새벽 "주요 범죄 혐의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는 등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힘들다"며 강만수 전 산업행장(71)에 대한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앞서 특수단은 강 전 행장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배임, 제3자뇌물수수 등 혐의를 적용해 지난 21일 영장을 청구했다.



특히 법원은 이번 기각 결정에서 통상의 영장 기각 사유 외에 '주거와 생활환경, 수사와 심문에 임하는 태도' 등도 근거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전 행장은 법정에서 개인적 사정도 일부 내세우면서 영장을 기각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단이 법원의 영장 기각 결정을 받아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66), 이창하 디에스온(DSON) 대표(60), 고재호 전 대우조선 사장(61) 등 대우조선 비리 의혹과 관련된 주요 인사 대부분이 구속됐다. 강 전 행장에 대한 영장 청구가 기각되면서 강 전 행장 주변으로 확대된 특수단 수사는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특수단은 강 전 행장이 고등학교 동문인 임우근 한성기업 회장(68)에게 각종 특혜를 제공해준 대가로 수억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받았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특수단은 강 전 행장이 산업은행장으로 재직하던 2011년 무렵 한성기업과 그 관계사 등에 200억원이 넘는 특혜성 대출을 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대출 심사과정에서 한성기업의 신용등급을 인위적으로 달리 부여하는 등 부실심사를 했으며 강 전 행장이 이를 직접 지시했다는 것이다. 당시 한성기업의 신용등급 등을 고려했을 때 받기 어려운 규모의 대출이었다는 게 특수단의 판단이다.


특수단은 강 전 행장이 이런 특혜의 대가로 '명절 떡값' 명목의 금품이나 한성기업 고문료를 받아챙긴 것으로 보고 뇌물수수, 알선수재 등 혐의를 적용해 영장을 청구했다.

특수단은 임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면서 강 전 행장이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임명된 2008년부터 민간인이 된 최근까지 '명절 떡값' 명목의 금품 500여만원을 설·추석마다 챙겨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 한성기업 고문으로 위촉돼 수천만원 상당의 대가를 받은 정황을 확보했다.

그러나 강 전 행장 측은 영장실질심사 법정에서 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건네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며 혐의를 전면적으로 부인했다.

우선 명절 떡값 명목의 금품 수수 부분에 대해서는 '금품을 받은 일시, 장소조차 특정되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매 명절 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는 사실조차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또 한성기업 고문료 역시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고 주장했다. 강 전 행장 측은 한성기업이 고문료로 1500만원을 주겠다고 제시했지만 오히려 거액의 돈은 부담스러워 거절하고 법인카드로 한 달에 몇십만원 정도를 썼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특혜 대출 부분에 대해서는 산업은행 측이 '정상적인 기업 대출'이었다며 의혹을 일축하기도 했다.

강 전 행장은 또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대우조선에 압력을 넣어 지인이 운영하는 바이오에너지 개발업체 B사에 투자 및 기술개발 명목으로 약 54억원을 지원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특수단은 B사가 바이오에탄올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의사나 능력이 없으면서 대우조선 측으로 사기투자를 받았던 것으로 보고 B사 대표 김모씨(46)부터 구속기소했다.

문제는 임 회장이 2011년 무렵 B사에 5억원을 투자해 지분 4.29%를 확보한 회사라는 것이다. 특수단은 강 전 행장이 임 회장에게 이득을 안기기 위해 일감을 몰아준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강 전 행장은 23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면서 "(기획재정부) 장관 때 청와대 회의에서 국정과제로 정해졌고 에너지가격이 배럴당 150불까지 올라가는 시대였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가치가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했다"고 항변했다.

이밖에 강 전 행장은 종친이 운영하는 중소건설사 W사에 50억원대 일감을 몰아주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혐의도 받았다. 강 전 행장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압력을 넣은 사실 자체가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영장 청구에는 강 전 행장이 2011년 무렵 주류업체 D사의 청탁을 받고 B사 대표 김씨를 통해 백운찬 당시 조세심판원장(60)에게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 청와대 사진사 출신 김모씨 등 측근을 고문으로 채용하도록 대우조선에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도 강 전 행장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특수단과 강 전 행장 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영장 심사 결과에 대해 특수단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반발했다.

임 회장을 포함한 한성기업 관계자들이 '강 전 행장과 직접 의논하는 등 도움을 받아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고 객관적인 증거도 이 진술들과 일치한다는 것이 특수단 측의 입장이다.

또 강 전 행장으로부터 부당 대출 지시를 받았다는 산업은행 직원들의 진술과 강 전 행장으로부터 부당한 압력을 받았다는 대우조선 관계자들의 진술도 모두 확보했으며 이에 대한 객관적 근거 자료 역시 모두 확보된 상황이다.

특수단은 "강 전 행장이 단순한 개인 비리를 넘어 현재의 대우조선 사태에 큰 책임이 있다는 점이 수사를 통해 확인됐다"며 "(강 전 행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 여부를 포함해 향후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특수단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를 포함해 강 전 행장에 대한 보완 수사를 거쳐 조만간 영장 재청구 여부 등 방침을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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