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전 산업은행(71).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판사는 24일 새벽 "주요 범죄 혐의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는 등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힘들다"며 강만수 전 산업행장(71)에 대한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앞서 특수단은 강 전 행장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배임, 제3자뇌물수수 등 혐의를 적용해 지난 21일 영장을 청구했다.
특수단이 법원의 영장 기각 결정을 받아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66), 이창하 디에스온(DSON) 대표(60), 고재호 전 대우조선 사장(61) 등 대우조선 비리 의혹과 관련된 주요 인사 대부분이 구속됐다. 강 전 행장에 대한 영장 청구가 기각되면서 강 전 행장 주변으로 확대된 특수단 수사는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특수단은 강 전 행장이 산업은행장으로 재직하던 2011년 무렵 한성기업과 그 관계사 등에 200억원이 넘는 특혜성 대출을 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대출 심사과정에서 한성기업의 신용등급을 인위적으로 달리 부여하는 등 부실심사를 했으며 강 전 행장이 이를 직접 지시했다는 것이다. 당시 한성기업의 신용등급 등을 고려했을 때 받기 어려운 규모의 대출이었다는 게 특수단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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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단은 강 전 행장이 이런 특혜의 대가로 '명절 떡값' 명목의 금품이나 한성기업 고문료를 받아챙긴 것으로 보고 뇌물수수, 알선수재 등 혐의를 적용해 영장을 청구했다.
특수단은 임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면서 강 전 행장이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임명된 2008년부터 민간인이 된 최근까지 '명절 떡값' 명목의 금품 500여만원을 설·추석마다 챙겨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 한성기업 고문으로 위촉돼 수천만원 상당의 대가를 받은 정황을 확보했다.
그러나 강 전 행장 측은 영장실질심사 법정에서 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건네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며 혐의를 전면적으로 부인했다.
우선 명절 떡값 명목의 금품 수수 부분에 대해서는 '금품을 받은 일시, 장소조차 특정되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매 명절 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는 사실조차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또 한성기업 고문료 역시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고 주장했다. 강 전 행장 측은 한성기업이 고문료로 1500만원을 주겠다고 제시했지만 오히려 거액의 돈은 부담스러워 거절하고 법인카드로 한 달에 몇십만원 정도를 썼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특혜 대출 부분에 대해서는 산업은행 측이 '정상적인 기업 대출'이었다며 의혹을 일축하기도 했다.
강 전 행장은 또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대우조선에 압력을 넣어 지인이 운영하는 바이오에너지 개발업체 B사에 투자 및 기술개발 명목으로 약 54억원을 지원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특수단은 B사가 바이오에탄올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의사나 능력이 없으면서 대우조선 측으로 사기투자를 받았던 것으로 보고 B사 대표 김모씨(46)부터 구속기소했다.
문제는 임 회장이 2011년 무렵 B사에 5억원을 투자해 지분 4.29%를 확보한 회사라는 것이다. 특수단은 강 전 행장이 임 회장에게 이득을 안기기 위해 일감을 몰아준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강 전 행장은 23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면서 "(기획재정부) 장관 때 청와대 회의에서 국정과제로 정해졌고 에너지가격이 배럴당 150불까지 올라가는 시대였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가치가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했다"고 항변했다.
이밖에 강 전 행장은 종친이 운영하는 중소건설사 W사에 50억원대 일감을 몰아주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혐의도 받았다. 강 전 행장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압력을 넣은 사실 자체가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영장 청구에는 강 전 행장이 2011년 무렵 주류업체 D사의 청탁을 받고 B사 대표 김씨를 통해 백운찬 당시 조세심판원장(60)에게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 청와대 사진사 출신 김모씨 등 측근을 고문으로 채용하도록 대우조선에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도 강 전 행장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특수단과 강 전 행장 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영장 심사 결과에 대해 특수단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반발했다.
임 회장을 포함한 한성기업 관계자들이 '강 전 행장과 직접 의논하는 등 도움을 받아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고 객관적인 증거도 이 진술들과 일치한다는 것이 특수단 측의 입장이다.
또 강 전 행장으로부터 부당 대출 지시를 받았다는 산업은행 직원들의 진술과 강 전 행장으로부터 부당한 압력을 받았다는 대우조선 관계자들의 진술도 모두 확보했으며 이에 대한 객관적 근거 자료 역시 모두 확보된 상황이다.
특수단은 "강 전 행장이 단순한 개인 비리를 넘어 현재의 대우조선 사태에 큰 책임이 있다는 점이 수사를 통해 확인됐다"며 "(강 전 행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 여부를 포함해 향후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특수단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를 포함해 강 전 행장에 대한 보완 수사를 거쳐 조만간 영장 재청구 여부 등 방침을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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