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구치고 합치고 분리되고..기업 지각변동 '판이 바뀐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정리=임동욱 기자 2016.09.2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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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기업들은 과감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사업부문과 기업의 합병이 전격적으로 이뤄지는가 하면 과감히 사업부문을 매각해 신사업과 주력사업을 바탕으로 새롭게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는 등 재계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는 재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숨가쁜 변화의 현장을 진단하는 기획기사를 마련했습니다.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남기 위해선 계속 변화해야 한다'

삼성, SK, LG, 포스코, 한화, 두산, 금호아시아나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글로벌 위기상황에서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변신을 꾀하고 있다. 변화는 핵심역량에 사업을 집중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은 더 잘할 수 있는 기업에 넘기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질적인 지휘봉을 잡은 2014년 5월 이후부터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른 사업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사업 분야는 적극적인 M&A 등을 통해 역량을 강화하고, 비주력 사업은 과감히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삼성은 2014년 11월 삼성종합화학,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토탈 등 화학·방산 계열사 4곳을 한화그룹에 매각했고, 2015년에는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을 롯데그룹에 팔았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쳐 '통합 삼성물산'을 출범시켰고, 삼성SDS의 물류사업 분리도 검토 중이다.

솟구치고 합치고 분리되고..기업 지각변동 '판이 바뀐다'


◇재계, 잘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자=삼성전자 역시 신사업, 주력사업 중심으로 '새판짜기'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2011년 4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사업을 씨게이트에 매각했다. 2014년 2월에는 광소재 사업을 코닝에 팔았고, 같은 해 3월에는 광학디스크 드라이브 사업을 도시바삼성스토리지테크놀로지(TSST)에 넘겼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프린팅솔루션 사업도 분리해 휴렛패커드(HP)에 매각한다.

반면 핵심사업 또는 집중 육성이 필요한 분야는 적극적인 M&A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물인터넷(IoT) 사업 강화를 위해 2014년 8월 IoT 개방형 플랫폼 개발사 '스마트싱스'을 인수했다. 2015년 2월에는 모바일 결제(삼성페이) 시스템 구축을 위해 미국 모바일 결제 솔루션 업체 '루프페이'를 사들였고, 같은해 3월에는 디지털 전광판 사업 확대를 위해 미국 상업용 디스플레이 전문업체 '예스코일렉트로닉스'를 인수했다.

올해 6월에는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조이언트'를 인수하며 클라우드 서비스 관련 역량을 강화했고, 8월에는 북미 고급 빌트인 가전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 가전업체 '데이코'를 인수했다.


◇M&A 통해 글로벌 경쟁력 확보 나선 기업들=지난해 삼성으로부터 한화테크윈과 한화탈레스를 넘겨받은 한화그룹은 올해 4월 두산DST(한화디펜스)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방산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최근에는 한화테크윈이 프랑스 탈레스가 보유한 한화탈레스(현 한화시스템) 잔여 지분 50%를 2880억원에 인수해 100% 경영권을 확보하고, 세계 3위 항공기 엔진 제작사인 미국 P&W의 싱가포르 생산법인 지분 30%를 취득해 공동경영에 나섰다.

한화그룹은 이 과정을 통해 기존 탄약과 정밀유도무기 중심에서 자주포, 항공·함정용 엔진과 레이더, 기동·대공무기, 발사대 체계 및 항법장치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한화 관계자는 “2025년까지 그룹 방산 매출을 11조원대로 키워, 글로벌 10위권대 방산회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지난해 11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공정에 쓰이는 특수가스인 삼불화질소(NF3)를 만드는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를 인수해 반도체 사업 기반을 강화했다.

올해 초에는 SK(주)가 자회사 SK바이오팜이 보유한 SK바이오텍 지분 전량을 매수했다. SK바이오텍을 지주회사 SK(주) 자회사로 승격시킨 것은 인수합병을 통한 해외 생산거점 마련에 대한 지원을 더욱 원활히 하기 위한 포석이다. SK관계자는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한 신성장동력 사업은 지주회사가 직접 챙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본원경쟁력 강화로 재도약 위한 발판 마련=두산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비주력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동시에 기존 주력사업에 보탬이 되는 원천기술 보유업체들을 지속적으로 인수하고 있다. 2014년 KFC 지분 매각을 시작으로 올해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사업부와 두산건설 배열회수보일러 사업을 매각해 3조5000억원 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2014년 두산그룹은 연료전지사업 원천기술을 보유한 한국 퓨얼셀파워와 미국 클리어엘지파워를 각각 인수했다. 지게차 렌탈서비스업체인 영국 러시리프트도 그 해 인수했다. 올해 박정원 회장 취임 이후에는 ESS(에너지저장장치) 소프트웨어업체인 미국 원에너지시스템즈를 인수했다.

포스코는 2014년 권오준 회장 취임 이후 철강본원경쟁력 강화와 집중을 위해 비주력 계열사 및 자산에 대해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이행해왔다. 2014년에는 포스코특수강지분 72%를 세아베스틸에 매각해 1조1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지난해에는 포스코건설 지분 38%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에 매각하며 1조2000억원을 확보했다. 포스코가 정리한 대상은 계열사 구조조정 45건, 자산매각 36건에 달한다.

LG그룹도 신성장 사업 중심으로 사업 구조에 변화를 주고 있다. LG화학은 바이오 사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LG생명과학과의 합병을 결정했다. LG화학은 지난 4월 동부팜한농을 인수하며 식량·자원 분야의 그린바이오 분야에 진출했지만, 시장 규모가 큰 헬스케어와 바이오신약 제품을 생산하는 레드바이오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합병'을 택했다.

LG전자는 자동차 부품,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 먹거리 육성에 적극 나서는 한편, 스마트폰 사업 조직에 대해선 인력 감축 등 효율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한때 유동성 위기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돌입했던 과거와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해 말 6년만에 금호산업 인수를 마무리한 금호아시아그룹은 지난 5월 새 지주사인 금호기업과 알짜 계열사인 금호터미널을 합병하며 그룹 재건의 틀을 짰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최근 매각 공고가 난 금호타이어 인수전에서 그룹 재건을 위한 마침표를 찍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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