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배우'아닌 '소리꾼'으로…'심청가' 완창나선 국립창극단 김미진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2016.09.19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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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하반기 첫 무대…"'행운의 소리' 심청가, 재밌게 전달할 것"

국립창극단의 김미진은 오는 24일 열리는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공연에서 모처럼 '창극 배우'가 아닌 '소리꾼'으로 무대에 선다. 그가 가장 자신있고 또 애착있는 '강산제 심청가'를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제공=국립극장국립창극단의 김미진은 오는 24일 열리는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공연에서 모처럼 '창극 배우'가 아닌 '소리꾼'으로 무대에 선다. 그가 가장 자신있고 또 애착있는 '강산제 심청가'를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제공=국립극장


'소리'와 '연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창극 배우 김미진. 국립창극단의 '간판 배우'로 활약해 온 그가 이번엔 소리꾼으로 '강산제 심청가' 완창 무대에 선다. 오는 24일 열리는 국립극장의 '완창판소리' 하반기 첫 무대다.

김미진은 스릴러창극 '장화홍련'의 배장화 역, 창극 '서편제'의 중년 송화 역, '단테의 신곡' 베아트리체 역 등 다양한 시도로 창극의 외연을 넓힌 작품의 주역을 맡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오롯이 '소리'로만 관객을 만난다. 배우로 활동하는 세월이 길어질수록 소리에 대한 갈증이 생겼다. 소리의 내공을 더 단단히 쌓고 싶었다고 했다. 결심을 실행에 옮기게 한 것은 2013년 성창순 명창의 '보성제 심청가' 완창 무대다. 공연을 본 뒤 그는 그 길로 성 명창을 찾아갔다.

"'심청가'로 긴 세월을 보냈고 제게 소중한 소리였는데 등한시했구나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되찾아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성 명창에게 다시 지도받은 그는 지난 7월 이번 완창 무대를 위해 전남 보성의 산에서 10일 간 소리를 갈고 닦기도 했다.

김미진은 판소리 '춘향가' 이수자이지만 '심청가'를 빼놓고 그의 소리 인생을 이야기하긴 어렵다. 인생의 단계를 거칠 때마다 늘 심청가와 함께 했기 때문.

"'심청가'는 저한테 행운의 소리에요. 처음 배운 판소리이자 고등학교, 대학교 진학 때 입시곡으로 불러 합격한 곡이죠. 국립창극단 입단할 때도 '심청가'로 했어요."


연습하면서 가장 많이 떠올린 이는 외할머니다. 처음 그의 손을 잡고 소리를 배울 수 있게 해준 분이라고 했다.

"판소리는 창자들이 살아오는 과정을 거울로 볼 수 있게끔 하는 매력이 있어요. (외할머니가) 워낙 제가 소리하는걸 너무 좋아하셔서 이번 무대를 보시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심청가'가 '효'에 대한 내용이잖아요. 완창 준비하는 과정에서 할머니 생각을 많이 하며 울기도 했죠."

김미진은 '춘향가' 이수자이지만 사실 '심청가'와도 특별한 인연이다. 처음 배운 소리이자 그가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 국립창극단에 입단하게 해 준 소리이기 때문. 그는 "행운의 소리"라고 했다. /사진제공=국립극장김미진은 '춘향가' 이수자이지만 사실 '심청가'와도 특별한 인연이다. 처음 배운 소리이자 그가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 국립창극단에 입단하게 해 준 소리이기 때문. 그는 "행운의 소리"라고 했다. /사진제공=국립극장
'강산제 심청가'는 절제된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점이 특징. 불필요한 아니리를 줄이고 탄탄한 음악적 구성을 바탕으로 표현의 맺고 끊음이 분명하다.

4시간이 넘는 완창 판소리는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내공과 집중력이 필요한 일이다. 고수의 북소리에 의지해 긴 시간을 무대 위에서 버티려면 역시 관객의 추임새가 필수다. 힘이 바닥날 즈음에도 추임새 하나면 다시 에너지를 충전한다고 했다. 시작은 혼자 하지만 마무리는 관객들과 다 같이 해야 가능한 셈이다.

김미진은 "아이들에게 구연동화를 들려주는 느낌으로 재미있게 전달하고자 준비했다"며 "'심청가'는 가장 자신있고 오랜 세월 한 소리다. 저만의 느낌을 살려 관객과 만나겠다"고 했다.

국립극장의 '완창 판소리'는 32년 째 720여회 공연되고 있다. 소리꾼에겐 가장 권위있는 무대로, 판소리 애호가들에겐 명창의 소리를 접할 수 있는 무대로 유명하다. '창극 배우'가 아닌 '소리꾼'으로 심청가 완창을 준비하는 그의 표정엔 설렘이 가득했다.
김미진은 "완창을 하려면 관객의 추임새가 있어야 버틸 수 있다"고 전했다. /사진제공=국립극장김미진은 "완창을 하려면 관객의 추임새가 있어야 버틸 수 있다"고 전했다. /사진제공=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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