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말 룰라 대통령이 당선될 때 JP모건과 골드만삭스는 브라질 채권이 부도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세계 최대 채권펀드 PIMCO는 4헤알 수준에서 브라질 채권을 대거 매수했다. 브라질 경제의 현 상태를 본 것이 아니라 정치경제 분석을 통해 새로 탄생한 룰라 정권의 미래를 봤기 때문이었다. “룰라가 카르도소 정부의 개혁을 잘 이어받으면서 시장친화적이며 실용적인 정책을 펼 것”이라는 예상은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이후 브라질은 2002년 12월부터 2011년 여름 1.56헤알을 기록할 때까지 금리 하락과 헤알화 강세로 PIMCO와 같은 글로벌 채권 투자자에게 9년간 560%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안겼다.
그런데 브라질 채권이 국내에 소개된 시점은 ‘2011년’이다. 10년간 양호했다던 경제지표만 들여다본 편협한 분석 툴과 경험 부재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와 비과세 혜택이란 미끼와 연결되어 국내 투자자들을 브라질 채권으로 끌어 들였던 것이다.
브라질이 투자등급으로 상향된 시점은 2007년, 다시 투기로 하향된 것은 2015년이다. “투기등급으로 떨어지면 판매할 수 없고 투자등급이 돼야만 판매할 수 있다”는 논리는 신흥국 채권 투자에 맞지 않는다. 오히려 투기등급이지만 변화가 일어날 때 활발한 투자를 하고, 투자등급이 됐어도 고평가에 무리한 정책 변화로 사이클이 꺾인다는 판단이 들 때 미련 없이 털고 나오는 것이 신흥국 채권 투자의 핵심이다.
그동안 브라질 투자 비중을 줄여왔던 글로벌 투자자들은 오랫동안 브라질의 변화를 기다려왔다. 그 변화와 새로운 사이클의 시작은 경제지표가 아닌 정치적 변화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현재 브라질의 위기가 호세프 정부의 방만한 재정과 통화 정책에 따른 부채 확대로부터 기인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자본을 확보하지 못해 무기력한 상태를 오래 지속해왔다는 점에서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은 브라질 채권 투자에 중요한 변곡점으로 볼 수 있다. 1992년 콜로르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프랑쿠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맡아 대연정으로 정치·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고, 카르도소 재무장관의 ‘헤알 플랜’으로 브라질의 구조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사례가 있다.
우려가 높았던 브라질 올림픽은 예상보다 잘 마무리 됐다.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도 주요한 정치적 장애물을 제거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때 맞추어 산업생산과 경상수지, 기업기대지수 등 경제 지표가 소폭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테메르 정부가 강력한 재정 개혁을 실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어, 향후 신정부의 정치적 문제해결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특히 20년간 정부 지출을 물가 상승률 수준으로 동결하고 방만한 사회보장정책에 대한 개혁이슈, 성장 모멘텀 확보를 위한 구조개혁이 중요해 보인다. 그럼에도 브라질이 무기력했던 정치·경제적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 중기적인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점, 특히 거시경제 안정성을 회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브라질 채권을 매수할만한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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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헤알화 환율은 미국 금리인상과 원자재 가격 조정 등 외부 환경변화와 정부의 환율 약세 개입 가능성, 재정개혁을 둘러싼 갈등 등 국내 이슈 전개에 따라 상당기간 동안 300~390원의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중기적인 구조변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향후 2~3년에 걸쳐 금리가 하락 추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브라질 채권의 장기투자 매력은 여전히 높다고 판단된다. 금리 11%를 상회하는 비과세의 브라질 채권투자는 지난 2011~2015년이 아닌 이럴 때(2016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