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차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일본 도쿠시마현 아와오도리보존회 관계자는 난처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달 초 방문한, 일본 4개 섬 가운데 가장 작은 시코쿠섬의 동부에 위치한 도쿠시마현의 작은 전통춤 보존회관에서 만난 사람이었다.
아와오도리(阿波おどり)는 이 지역의 전통춤을 의미한다. '아와'(阿波)는 도쿠시마의 옛 이름이며 '오도리'(おどり)는 춤을 뜻하는 단어다. 도쿠시마 지역에서 기원한 400년 역사를 지닌 이 민속 무용에 대한 지역민의 사랑은 유별나다. 매년 8월 12일에서 15일까지 도쿠시마현을 중심으로 거대한 민속 무용 축제가 열린다.
회관을 찾은 날도 아와오도리 공연이 열렸다. "얏또사~ 얏또 얏또!" 공연을 하는 무용수들은 이 춤을 멋지게 춘 뒤, 춤의 기원부터 사용되는 악기 그리고 어떤 순서로 추면 되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서 무대로 나오세요!" 관람객들은 즉석에서 배운 춤을 따라 추며 어느새 아와오도리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이 지역 젊은 사람들은 지역을 살리고 자신들도 활력을 얻기 위해 아와오도리 같은 고유의 전통 문화가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아와오도리만 춰서는 생계 유지가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배우는 사람이 많은 이유죠."
그에게 아와오도리를 보존하기 위한 예산에 대해 질문하자 '무형문화재'냐는 앞의 질문에서와 비슷한 반응이 돌아왔다. "지역신문의 후원금, 도쿠시마현의 보조금과 회관 운영수입이 아와오도리 보전에 사용되는 예산의 전부"라며, 그는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하냐는 듯 오히려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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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숱한 국내 무형문화재 현장들을 취재하며 단 한 번도 느끼지 못한 풍경이었다. 변변한 보존회관 하나 없고, 문화재를 지키는 사람들이 '투잡'을 뛰는 열악한 우리나라의 현실 앞에서 언제나 문제는 문화재청과 국회의 무관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본 아와오도리는 그러한 편견을 무참히 깨트렸다. 문화를 지키는 것은 예산이나 정책이 아닌 관심이며, 위에서가 아니라 아래에서 시작되는 움직임이라는 사실.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너무나도 당연한 이 사실을 그동안 잊었던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