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전 오늘..."한국도 영화 만드나요?" 여우주연상 수상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2016.09.09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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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오늘] 강수연, 임권택 감독 영화 '씨받이'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2014년 열린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강수연. /사진=머니투데이DB2014년 열린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강수연. /사진=머니투데이DB


29년 전 오늘..."한국도 영화 만드나요?" 여우주연상 수상
1987년 9월9일 이탈리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한국인 이름이 호명됐다. 영화 '씨받이'의 여주인공 강수연이었다.

당시만 해도 한국 배우가 3대 영화제(칸·베를린)로 꼽히는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본상, 심지어 주연상을 받는다는 일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시아권 배우로서도 최초였다. 강수연의 수상은 현지 언론들도 "베니스 영화제 사상 최대의 이변"이라고 표현했다.



강수연은 훗날 한 인터뷰에서 "그 당시만 해도 한국도 자국 영화를 만들 수 있는지, 내가 남한에서 왔는지 북한에서 왔는지도 모를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당시 이 영화제에는 '씨받이'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영화 360편이 출품됐고 이중 23편이 본선에 진출,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강수연의 수상은 예견된 것이기도 했다. 현지에서 영화가 상영된 후 1000여명의 관객은 5분 동안 일어나 박수로 환호했다.



임권택 감독 작품인 '씨받이'는 양반가에 씨받이로 팔려간 여인의 비극을 그린 영화다. 당시 22살이었던 강수연은 "베드신이 가장 어려웠고 아이를 낳는 진통 장면에서 애를 제일 많이 먹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씨받이'는 처음부터 해외 영화제 출품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기 때문인지 국내 흥행에는 실패했다. 겨우 1만7000명 정도가 이 영화를 관람했다. 하지만 강수연이 베니스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후 관심이 높아지면서 서울에서 재개봉하기도 했다.

강수연은 반짝 스타는 아니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린이 잡지에 사진이 실리면서 얼굴을 알렸고 13살 영화 '핏줄'로 데뷔, 성인이 될 때까지 꾸준히 연기했다. 다만 국내에선 상복이 많지 않았는데 베니스 영화제 수상 몇달 전인 그해 3월 '씨받이'로 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상을 받은 게 전부였다. 데뷔 15년 만이었다.


하지만 베니스 영화제 수상 후 강수연의 가치는 더 높아졌다. 아역배우와 성인 주연 배우 사이에 있던 강수연은 수상 전만 해도 출연료가 1편당 500만원 정도였다. 수상 이후 출연료는 10배로 뛰어 편당 5000만원 수준까지 올라갔다.

당시 한국에서 영화 1편을 제작하는데 비용은 1억~1억5000만원 정도. 이중 6000만~7000만원이 출연자와 스태프 임금으로 들어갔는데 배우 1명의 출연료가 5000만원인 것은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동시대 인기스타였던 배우 장미희의 출연료는 3000만원, 안성기·이덕화·이보희·이미숙·원미경 등이 2000만원 수준이었는데 이 역시 상당히 큰 액수였다.

2년 후 강수연은 또다시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비구니의 출가와 방황을 통해 깨달음의 과정을 그린 영화 '아제아제 바라아제'에서 삭발을 감행한 것. 강수연은 이 영화로 제16회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강수연은 배우로서 멋진 연기를 펼치고 있다. 강수연은 한 인터뷰에서 "앞으로 70세가 됐을 때도 '집으로…'의 할머니 같은 역을 해보고 싶다"며 연기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배우로서 활동뿐만 아니라 영화계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강수연은 해외 각종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도쿄영화제·모스크바영화제)으로 활약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부터 공동집행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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