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환 게이트?'...파문확산에 기업들 긴장

머니투데이 산업1부 2016.08.3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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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컴 압수수색 "우리 정보도 새나갔나" 일감 맡긴 기업들 '전전긍긍'

대우조선 사장 연임 로비 의혹 박수환 대표 피의자심문 위해 법원 출석/사진=뉴스1대우조선 사장 연임 로비 의혹 박수환 대표 피의자심문 위해 법원 출석/사진=뉴스1


"회사에서 뉴스커뮤니케이션스(이하 뉴스컴)에 리스크 매니지먼트 컨설팅을 맡겼는데 되레 리스크가 더 커지게 생겼네요."

박수환 뉴스컴 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고,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이 사임하는 등 파문이 커지면서 한 대기업 담당자 A씨가 내뱉은 탄식이다. A씨는 "뉴스컴 압수수색으로 오너 사안 등 우리의 내부 정보가 흘렀는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어떻게 믿고 맡길 수 있겠나"라고 토로했다.

◇우리 정보도 새나갔나 재계 '전전긍긍'= '재계 트러블 해결사'로 떠오르던 박 사장이 대우조선해양 비리 수사의 그물망에 걸리면서 전격 구속되자 뉴스컴에 일감을 맡겼던 재계 및 글로벌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1997년 설립된 뉴스컴은 IMF 외환위기 이후 외국계 기업들이 국내로 진출하자 발군의 외국어·업무 능력을 바탕으로 홍보대행 업무를 수주하며 사세를 키웠다. "여상 출신으로 용산 미군부대에 무작정 찾아가 영어를 배웠다"는 박 사장의 성공 스토리가 늘 따라다녔다.

그러다 2004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 홍보를 맡은 것을 계기로 정·관계 거물들과 친분을 쌓으며 인맥을 넓힌 게 새 모멘텀이었다. 이 인적 자산을 기반으로 2009년 부터 본격적으로 재계로까지 영역을 확장해 '투 트랙'으로 뛰었다는 전언이다.



구글·P&G·UBS·GE·이케아·화웨이·한국맥도날드·한국허벌라이프 등이 쟁쟁한 외국계 클라이언트들을 확보해왔다. 최근 이슈가 된 홈플러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방어하기도 했다.

박 사장은 동종 업계에선 잘 어울리지 않았지만 재계에 송사나 인수·합병 등 민감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나타나 '해결사' 역할을 자처했다는 후문이다. 본업(홍보 대행) 보다 부업(리스크 컨설팅)의 비중이 더 커진 셈이다.

실제 지푸라기도 잡고 싶어하는 위기의 대기업들과 대외에 공개되길 꺼려하는 IT·외식·금융 분야 외국계 유한회사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며 승승장구했다. 직원 초봉도 동종 업계 평균보다 훨씬 높은 5000만원으로 인재들도 많이 수혈됐다.


이번 수사를 지켜보는 업계 안팎의 대체적인 반응은 "결국 터질게 터졌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홍보담당자는 "실무진보다 주로 '윗선'을 통해 업무를 받아가 누가 '갑'인지 헷갈릴 정도였다"며 "거액의 자문료를 받았는데 명확히 어떤 성과를 냈는지 측정키 힘들다는 반응들도 많았다"고 전했다.

◇재계 구석구석 영향력, 악연으로 얽힌 대기업 여럿=대우조선해양에서 수사가 촉발됐지만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게 재계 우려다. 실제 박 사장의 구속영장 발부 사유에는 2009년 금호그룹의 자금난을 해결해 주겠다며 10억원대 사기를 벌인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도 포함 돼있다.

검찰은 2008년 대우조선 수주전에 뛰어들었던 GS나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혐의로 수사를 받던 LIG 등에 대해서도 업계 관행보다 월등히 높은 용역 계약을 맺은 게 아닌 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기업들도 갑자기 이름이 거론돼 당혹스럽다는 반응들이다. 표면적인 홍보대행 업무를 맡긴 기업들도 자사 자료의 신뢰도가 낮아질 지 우려하고 있다.

그간 박 사장과 악연으로 얽힌 대기업들도 여럿 있다. 대표적인 게 효성그룹이다. 효성가 '형제의 난'이 벌어졌을 때 조석래 회장에 반기를 들었던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의 편에 서서 프레임을 짜는 데 일조했다.

삼성그룹과도 상당히 불편한 관계였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삼성그룹의 최대 현안이었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을 집요하게 공격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홍보를 맡았던 이도 박 사장이다.

박 사장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전략적으로 삼성과 맞서는 모양새를 취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일각에서 나왔을 정도다. 이밖에 외환은행 대 론스타, SK그룹 대 소버린 소송에서도 외국계 편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박 사장의 구속이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좋든 싫든 그만큼 구석구석에서 영향력을 끼쳐왔다는 반증아니겠냐"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계 관행에도 변화가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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