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는 평생직업"…아티스트 마음로 '지니' 만들어요"

머니투데이 진달래 기자 2016.08.3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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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이상협 KT뮤직 시너지사업본부장, 90년대 밴드 보컬에서 '지니 VR' 담당으로

이상협 KT뮤직 시너지사업본부장이 보컬을 맡고 있는 밴드 '투데이스 스페셜'(Today’s Special).  20년만에 다시 뭉쳤다.  (왼쪽순서부터) 김철희씨, 정열씨, 이상협 본부장, 서정훈씨 /사진제공=KT뮤직이상협 KT뮤직 시너지사업본부장이 보컬을 맡고 있는 밴드 '투데이스 스페셜'(Today’s Special). 20년만에 다시 뭉쳤다. (왼쪽순서부터) 김철희씨, 정열씨, 이상협 본부장, 서정훈씨 /사진제공=KT뮤직


20년 만에 다시 뭉친 밴드. 20대 청춘이 아닌 40대 직장인이자 아버지가 된 이들이 행복을 찾아 음악을 시작한다. 밴드 '투데이 스페셜'(Today’s Special)은 영화 '즐거운 인생' 속 주인공들과 닮았다. 90년대 두 장의 앨범을 내고 유명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올해의 밴드 10팀'에도 꼽혔지만 빛을 보지 못했던 밴드 '이야기' 멤버들이 다시 모였다.

투데이 스페셜의 보컬을 맡은 멤버가 음원 서비스 '지니'를 담당하는 이상협 KT뮤직 시너지사업본부장(44)이다. K팝 공연을 KT VR(가상현실) 기술로 생생하게 전달하는 사업을 꾸려나가는 담당자이자, 모던락 밴드의 보컬로 '이중생활' 중이다. 2014년 투데이 스페셜 이름으로 EP '리로디드'(Reloaded)를 내놓은 후 한 달에 한 번씩은 홍대클럽무대에 선다.



"동물원, 김광석 등과 일했던 제작자를 만나서 시작한 밴드였어요. 발라드 음악을 기반으로 했는데, 흥행운이 따라주지 못했죠. 큰 돈을 벌지 못해서인지 오히려 멤버들끼리는 잘 지냈어요.(웃음) 20년을 각자 생활 전선에서 뛰면서도 친하게 지내왔죠."

밴드 생활을 그만두고 그는 통계학 전공을 살려 보험사에 취직했지만 4년여 만에 사표를 썼다. 그는 "회사에서 보험 관련 자격증 등 실무 능력을 개발하라고 요구하는데, 좋아하는 일에 그 열정을 쏟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음악 산업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자는 생각으로 서른한 살에 뉴욕으로 떠났다. 뉴욕대학교에서 보낸 2년은 그의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2000년대 초반 마이스페이스, 유튜브 등이 생겨나면서 뉴미디어로 홍보하는 법이 학생들 사이 화제였어요. 동기와 뉴욕 인디 아티스트를 접촉해 홍보 영상을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짧게 사업을 해보기도 했죠. 스노우 패트롤, 데이빗 보위 등 공연을 소극장에서 보면서 음악 취향도 바뀌게 된 시간이었죠."

뉴욕에서 돌아온 후 이 본부장은 음악 제작사에서 잠시 일하다가 KTF 도시락팀으로 합류했다. 2005년 이동통신사들이 음원 사업에 발을 들여놓던 시절 음악산업은 물론 대기업 경험도 있는 그가 발탁된 것. 이후 KT에서 음악 관련 사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음악 산업과 통신 산업은 전혀 달라요. 일하는 사람들의 화법도 관심사도 달라서 같이 일하다보면 오해가 쌓일 수 있는데, 양쪽에서 일해 본 제가 일종의 '통역사' 역할을 담당해왔어요."

그는 최근 지니의 VR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KT VR 기술을 기반으로 K팝 콘서트를 VR로 생중계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완벽한 360도 VR 영상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 동시에 투데이 스페셜의 정식앨범도 이르면 오는 겨울에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이 본부장은 "지금도 작사, 작곡을 꾸준히 하고 있고 이 곡들을 모아서 앨범을 내고 싶다"면서 "밴드 멤버들과 합주할 때 행복하고, 스트레스도 다 풀린다"고 말했다. 다시 시작한 만큼 앞으로는 음악 활동을 계속 해나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는 "더 큰 꿈이 있다면 히트곡 한 곡 정도 만드는 것"이라며 "히트곡이 있으면 공연할 때 반응이 다르더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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