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야쿠르트 아줌마'는 근로자로 볼 수 없어"(종합)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2016.08.2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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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경 /사진=뉴스1대법원 전경 /사진=뉴스1


'야쿠르트 아줌마'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 퇴직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24일 정모씨가 "퇴직금 29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주식회사 한국야쿠르트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정씨는 한국야쿠르트와 위탁판매계약을 맺고 2002년 2월부터 2014년까지 2월까지 부산에서 야쿠르트와 같은 유제품을 고객에게 배달하는 등의 일을 했다.



정씨에게 정해진 출·퇴근 시간은 없었다. 정씨는 통상 오전 8시 이전 관리점에 출근해 그날 배달하거나 판매할 제품을 전동카트에 싣고 오전 중에 고정 고객들에게 제품을 배달했다. 이후 남은 시간에는 행인 등 일반 고객에게 제품을 판매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정씨의 판매활동 시간, 판매활동 지역을 관리하거나 통제하지는 않았다.

정씨는 수금한 제품대금을 모두 한국야쿠르트 측에 전달했다. 한국야쿠르트 측은 각종 수수료를 정씨에게 지급했다. 수수료는 매달 수십만원 정도 차이가 날 정도로 변동이 있었다. 특히 이 수수료에 대해서는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가 원천징수됐다. 정씨와 한국야쿠르트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료 등을 부담하지 않았다.



한국야쿠르트는 매월 2회 정도 정씨와 같은 위탁판매원을 상대로 한 교육을 실시했다. 신제품 출시 등에 대한 내용이었다. 위탁판매원들의 참석은 의무가 아니었다. 또 정씨 등은 한국야쿠르트 직원들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

정씨는 10년 넘게 하던 위탁판매 일을 그만두게 되자 퇴직금 299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2014년 5월 소송을 제기했다. 정씨는 한국야쿠르트가 구체적 업무내용을 지시하는 등 자신이 종속적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하는 노무를 제공한 만큼 퇴직금을 지급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2심 재판부는 정씨가 종속적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한국야쿠르트에 근로를 제공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여부는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면서 사용자가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 시간과 근무 장소 등을 지정하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가 성격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하는데 정씨가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정씨와 같은 위탁판매원들이 지급받는 각종 수수료는 판매실적과 연동돼 결정되는 것이어서 이들이 제공하는 용역의 내용이나 시간과 반드시 비례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야쿠르트가 실시한 매월 2회 정도 교육은 최소한의 업무 안내에 불과할 뿐 구체적 지휘·감독을 한 것이라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원심 판단을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정씨의 경우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는 등 업무수행 과정에서 한국야쿠르트의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야쿠르트 아줌마'의 근로자성에 대한 첫 판결"이라며 "다만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별적 사안에서 구체적 사실관계를 살펴 판단해야 하므로 모든 유사직역 종사자에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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