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즐거움 '단샤리'…여유롭게 사는 지혜

머니투데이 못난이 동네북서평단 주부 2016.08.27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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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북] <15> '버리는 즐거움'

편집자주 출판사가 공들여 만든 책이 회사로 옵니다. 급하게 읽고 소개하는 기자들의 서평만으로는 아쉬운 점이 적지 않습니다. 속도와 구성에 구애받지 않고, 더 자세히 읽고 소개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그래서 모였습니다. 머니투데이 독자 서평단 ‘동네북’(Neighborhood Book). 가정주부부터 시인, 공학박사, 해외 거주 사업가까지. 직업과 거주의 경계를 두지 않고 머니투데이를 아끼는 16명의 독자께 출판사에서 온 책을 나눠 주고 함께 읽기 시작했습니다. 동네북 독자들이 쓰는 자유로운 형식의 서평 또는 독후감으로 또 다른 독자들을 만나려 합니다. 동네북 회원들의 글은 본지 온·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버리는 즐거움 '단샤리'…여유롭게 사는 지혜


해마다 봄가을이면 이사철이다. 많은 사람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들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좀 더 넓고 편한 집을 찾아서. 하지만 내가 사는 주변을 돌아보면 쓰지 않는 물건들을 얼마나 많이 모시고(?) 사는 가를 금방 안다. 복잡하지만 또 언젠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 책에서 '단샤리'(斷捨離)라는 말을 나는 처음 들었다. 단샤리는 넘쳐나는 물건을 '끊고',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고', 끊고 버리는 것을 반복하면서 물건의 집착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도쿄에서 혼자 사는 자신의 집을 과감히 공개하면서 누구나 실천 가능한 단샤리를 설명하고 보여준다. 그는 자신의 삶의 공간을 7개로 나누었다. 먹고, 입고, 자고, 지내고, 씻고, 배우고, 다니는 공간이다.

이 공간들 속에서 '필요와 불필요', '유쾌와 불쾌','적합과 부적합'의 분별력을 키우면 생활이 편안해지고 버리는 것이 즐거운 일이 된다고 말한다. 저자가 주부에서 '클러터 컨설턴트'(Clutter Consultant)라는 직업을 갖게 되고 강연을 다니는 것을 보면 설득력이 있나 보다.



단샤리에 열중하는 이유는 단샤리를 하게 되면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을 막고 열심히 물건을 줄이다 보면 풍요와 온화함이 깃든 '미'(美)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단샤리는 누구나 실천 가능한 자기 탐구의 방법이며 훈련을 통해서 반드시 변할 거라고 본다. 공간의 여유가 생기면 시간에도 여유가 생기고 인간관계에도 여유가 생긴다는데 한 번 읽어볼 만하다.

먼저 모든 도구가 제 자리에 있는가를 보고 동선을 정리한다. 비용은 들지만 효율성 면에서 일회용 타월을 사용 한다. 버릴 때도 아름다워야 하므로 쓰레기통은 두지 않는다. 목욕타월을 따로 두지 않고 세안용 타월을 쓴다. 밤에는 미용 단식도 한다. 미니멀한 깔끔한 공간을 위해 책상에 펜을 꽂을 때도 주방에 가위를 걸을 때도 인테리어를 생각한다. 주방에는 행주는 두지 말고 위에는 예쁜 주전자 하나 만을 올려놓는 신세대다운 생각을 한다.

필요 없는 물건을 찾으면 작은 나눔을 한다. 받는 사람이 부담 없이 기분 좋게 쓸 수 있도록 나눠준다. 책도 버리는 책, 간직하는 책으로 나누고, 권수를 고정해 새로 들여오면 다른 책을 버리는 방식을 고수한다. TV를 버릴 수는 없지만 주도적으로 켜고 끄는 연습이 필요하단다. 신발장은 다 채우지 않고 반만 수납해 손님용 자리를 비워 둔다. 재난 대비용품은 많이 사재기하지 않고 72시간이 운명의 시간이므로 비축용 물 12L를 현관에 배치해 최소한의 비축을 한다.


보이지 않는 구석구석을 열심히 청소한다. 물건을 타인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깔끔하게 정돈하면 잠재의식도 정돈이 된다고 생각한다. 물건을 한 개씩 줄일 때마다 마음이 가벼워지고 청소가 즐거워진다고 한다.

일의 기본을 세 가지 분류로 나누어 '끊고 버리고 벗어나기'라는 세 개의 단어를 기반으로 머리를 정리한다. 이렇게 하면 공간이 "어서 와요 환영해요" 하는 반가운 공간이 되고 여유롭고 편해진다고 본다. 물건을 버릴 때 "아깝다. 나중에 필요할 텐데"가 아니라 나에게 어울리는가를 먼저 생각하는가보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동감보다는 반감이 생길 때가 더 많다. 내 주변의 물건들이 작가가 표현한 어머니 방(대부분의 물건들이 그저 존재할 뿐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다)의 물건과 비슷하게 느끼는 것도 있다.

버리는 즐거움 '단샤리'…여유롭게 사는 지혜
하지만 인생에 추억이 존재하고 추억의 물건들도 소중히 간직해야 된다는 건 내 생각이다. 어떤 물건은 가지고 있어서 위로를 받기도 하기 때문이다. 반면 이사를 할 때마다 버려지는 것들을 볼 때는 그동안 내가 쓰레기를 추억이라고 끼고 살았구나 하는 것들도 있다. 불필요한 물건들을 아깝다고 버리지 못하고 이걸 관리하기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간과 에너지를 쓰는지…일단 보관하고 보자는 생각을 버려야 할 것 같다. 단샤리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소유욕과 집착에서 벗어난다고 하니 한 번 훈련해 볼 일이다. 매일 운동하러 헬스장에 가는 것처럼. 필요하고 적절하고 쾌적한 감각을 위해.

◇ 버리는 즐거움= 야마시다 히데코 지음. 박선형 옮김. 생각정거장 펴냄. 212쪽/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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