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높은 서울대생 필기를 잘한다? 미시간대 학생은 어떨까?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16.08.27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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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시험'… 우리의 시험 제도와 그 평가 방식에 대한 물음

학점높은 서울대생 필기를 잘한다? 미시간대 학생은 어떨까?


수능 시험 응시자 약 70만 명, 토익 약 200만 명, 공무원 시험 약 45만 명…. 유치원 입학부터 대학교는 물론 회사에 입사할 때까지 무수한 시험의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신간 ‘시험’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시험의 진가를 의심하면서 출발한다. 시험이 과연 사람의 실력을 공정하고 정당하게 평가하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책은 서울대생 1100여 명의 데이터 연구, 전 세계 교육 현장 탐사, 신개념 미래 역량 프로젝트 등 사례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쓰였다.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과 ‘공시생’의 1년간 기록 등도 소개하며 시험을 둘러싼 다양한 각도의 분석도 했다.

책은 시험의 평가 방식에 따라 학생들이 '덜 생각하는 방법'에 매진하도록 만드는 부작용이 있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들어간다는 서울대학생의 공부 방법을 분석한 결과가 의미심장하다. 책에 따르면 서울대 최상위권의 성적 비결은 필사에 가까운 필기, 수업 중 농담 하나까지 외우는 암기, 무조건적인 수용으로 이어지는 수동적인 학습 태도였다.



반면 호기심 많고 수업 내용에 의문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학생들의 성적은 대부분 낙제점에 가까웠다. 수업 모든 내용을 의심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학습태도가 누적된 학생이 높은 성적을 받는 셈이다.

같은 목적의 연구를 미국 미시간대에서 적용한 결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는 학점이 높을수록 노트 필기를 많이 했지만, 미시간대는 노트 필기와 학점이 별다른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서울대 학생들은 비판적·창의적 사고력보다 수용적 사고력이 높은 학생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고, 이 같은 경향이 4년 내내 유지됐지만, 미시간대는 비판적 사고력이 높은 학생이 늘고 수용적 사고력이 높은 학생은 점차 줄어드는 패턴을 보였다는 것이다.

책은 어떻게 학생들을 평가하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성향과 능력도 변화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또, 학생들을 한 줄로 줄 세워 선별해야 하는 평가에서는 시험이 의미 있지만 정답만을 찾는 시험형 인간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시험형 인간은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긴 인생을 지혜롭게 살아가기 힘들다는 문제도 짚었다.


책은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는 배움을 통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교육의 희망적 대안도 일목요연하게 담았다. 노벨상 수상자인 경제학자 제임스 헤크먼, 전자공학자 나카무라 슈지, 성공지능 이론 창시자 로버트 스턴버그 등 전 세계 전문가와 인터뷰도 실렸다.

◇시험=EBS '시험' 제작팀 지음. 북하우스 펴냄. 320쪽/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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