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50년물 발행, 그 의미는?

머니투데이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 2016.08.2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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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디렉터]김지나 IBK투자증권 선임연구원

국고채 50년물 발행, 그 의미는?


지난 16일 기획재정부는 50년 만기 국고채 발행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저금리가 지속되고 장단기 금리차가 크게 축소되는 등 초장기 국채 발행의 여건이 마련된 것이 배경이다. 규모와 시기 등 상세한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8월 중 채권시장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규 발행의 표면적인 이유는 안정적인 장기 자금 조달과 만기 구조 다양화를 통한 국가채무 관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다. 저금리로 만기가 긴 채권을 발행해 정부의 이자 부담을 오랫동안 낮출 수 있는 셈이다. OECD 국가들의 초장기채권 발행이 연이어 이뤄지는 환경에서 최근 국가 신용등급 상향으로 대외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발행을 검토하게 한 요인 중 하나였을 것이다. 현재 OECD 회원국 중 50년 이상 초장기채 발행국은 영국, 스페인, 멕시코 등 9개 나라에 달한다.



채권시장의 수급 측면에서 보면, 보험사를 중심으로 수요도 탄탄하다. 최근 가파른 금리 하락으로 보험사의 자산운용 측면에서 자산-부채의 듀레이션 매칭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초장기채권 발행은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다만 올해 안에 발행이 이뤄진다면 국고채 발행 총량이 추가로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계획된 규모에서 다른 만기 구간의 비중이 조절될 것이라는 점은 아쉽다. 시범적 시행이기 때문에 발행량이 매우 소량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50년물 발행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경우 총 비중 조정은 10년 이상 모든 만기물 구간에서 분산될 가능성이 높다. 50년물 국채 발행의 목적이 결국 차환부담 축소와 장투기관의 수요 충족이라면, 유동성이 높고 수요자가 다양한 단기구간의 비중을 줄이거나 30년물 하나와 같이 특정구간의 비중을 조정하는 것 보다 10년 이상 만기 구간을 조금씩 조정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50년 국채 발행이 금리 방향성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될까? 기획재정부 발표 직후 기존 장기물이던 20년물과 30년물 금리는 장외거래에서 3~4bp 상승했다. 50년물의 등장이 기존 장기물의 수요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발행 검토 보도만으로 장기물 금리가 상승하며 일드커브가 스티프닝 된 것이다.

그러나 커브 스티프닝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50년물 발행이 진행되더라도 기존 국채발행 계획 규모에 맞춰 조절될 것이기 때문에 올해 발행될 물량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또 이미 여러 차례 언론에서도 거론돼왔던 만큼 기다리고 있는 장기투자기관의 수요도 매우 탄탄하다.

오히려 이번 초장기국채 발행 자체가 대내외 완화정책 기조,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맞물려 시장 참가자에게 재정정책 확대라는 완화정책 장기화 및 확장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긴 흐름에서 완화정책과 불확실성이 공존함에 따라 저성장, 저물가가 이어지면서 장기금리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방향이 유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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