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꺾인다"는 예보만 몇번째… 기상청의 '오보 행진'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이슈팀 조현준 기자 2016.08.2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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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더이슈]15일→18일→20일→26일… 시민들 "차라리 해외날씨 사이트 본다" 분통

지난 4일 서울 낮 최고기온이 36도까지 치솟으면서 전국적으로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났다./사진=	홍봉진기자 honggga@지난 4일 서울 낮 최고기온이 36도까지 치솟으면서 전국적으로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났다./사진= 홍봉진기자 honggga@


"폭염 꺾인다"는 예보만 몇번째… 기상청의 '오보 행진'
선선한 날씨로 모기 입도 비뚤어진다는 처서(23일)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폭염의 기세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늘(22일)도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6도를 기록했다. 전국에 폭염특보도 발효됐다.

당초 기상청은 이날 서울 낮 최고기온이 전날(36.6도)보다 낮아진 35도라고 예보했다. 하지만 강한 일사와 열섬 현상 등으로 기온이 빠르게 오르자 이를 수정 발표했다.



기상청의 오보는 여름 내내 계속됐다. 지난달 28일 기상청은 서울에 시간당 8㎜가량의 비가 내리다 그친다고 예보했지만 실제로는 시간당 최고 40㎜ 이상의 폭우가 쏟아졌다. 비가 그칠 것이라는 전망에 미처 우산 준비를 못한 출퇴근길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이달 들어서는 언제 폭염이 끝날지를 두고 예보 수정이 잇따랐다. 지난 8일 기상청은 '10일 중기 예보'를 통해 "14일까지 폭염이 절정에 달하다가 15일 광복절이 지나면 한풀 꺾일 전망"이라고 예보했다.



하지만 정작 15일이 되자 서울 낮 최고기온은 34도를 기록했고, 16일에는 34.9도로 오히려 전날보다 올랐다. 그 이후로도 서울은 33도 이상을 유지하며 연일 폭염특보가 이어졌다.

기상청은 하루 이틀을 앞두고 예보를 수정했다. '폭염이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된' 광복절 전날(14일) 기상청은 "폭염이 18일 이후에야 꺾일 것"이라고 했고, 18일에는 "주말인 20일부터 폭염이 누그러지겠다"고 예보했다. 당시 서울 낮 최고기온은 △18일 34.3도 △20일 34.9도 △21일 36.6도를 기록했다.

"폭염 꺾인다"는 예보만 몇번째… 기상청의 '오보 행진'
지난 19일에는 보도자료를 통해 "다음주 후반(26일)부터 기온이 조금 낮아지겠지만 평년보다 1~3도 높은 기온이 계속 유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22일 현재 기상청은 오는 25일 낮 최고기온 33도를 기록한 후 기온이 차츰 내려가 주말부터 30도 이하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기상청의 오락가락 발표에 시민들의 불신은 커져가고 있다. 특히 올 초 500억원이 넘는 슈퍼컴퓨터를 도입하고도 기상청이 제대로 된 기상 상황을 예측하지 못하면서 불만은 확대됐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승건씨(29)는 "기상청의 날씨 예보는 믿지 않아 어느순간 확인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우리나라의 정확한 날씨를 알기 위해 해외 날씨 전문 사이트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기상청 관련 기사 댓글에선 "우리 할머니 무릎이 기상청보다 정확하다"며 비꼬는 글도 올라왔다.

답답한 건 기상청도 마찬가지다. 국내외적으로 기상 이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10일 단위로 날씨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기 예보를 두고 오보를 판단하는 것도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상청의 예보는 공기의 흐름을 분석해 계속 수정을 거듭하는데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도 마찬가지"라며 "특히 중기예보는 기간을 멀리 두고 예측하기 때문에 틀릴 확률이 높고 가까울수록 맞을 확률이 높다. 예보가 빗나간 것이 아니라 수정으로 보는게 정확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기상 관측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현재 기상청 발표의 오류는 인력과 자료 수집, 예산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한 결과물"이라며 "슈퍼컴퓨터는 수집된 자료를 토대로 결과를 도출하는 것일 뿐이다. 아무리 슈퍼컴퓨터라 해도 결과를 분석할 수 있는 전문적인 인력이 없고, 빈약한 자료가 기반이 됐다면 오차가 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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